고양동에 러시아 문화원 설립 꿈꾸는 손성도씨

현재 고양동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손성도 씨(36)는 20대 초반에 러시아로 유학, 러시아에서 대학시절을 보내고 귀국 후에도 한국 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러시아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식 등 각 종 국가 행사에서도 통역으로 활동할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도 프리랜서로 통역과 번역을 하고 있는 손씨는 지난 해 현대 로템과 모스크바의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공장 건립을 위해 협상을 할 때 통역을 담당했다. 2007년에는 모스크바 대학 총장이 교류 차원에서 동국대학교, 경기도지사 등을 방문하자 통역을 맡았다. 또 2004년에는 러시아 로동신문 편집장이 문화교류 차원에서 중구청장과 민주당 부의장을 방문했을 때 통역을 담당하는 등 러시아와 한국의 많은 국제 교류에서 통역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전문가다.
“20대 초반에 우리 집에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이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그 때 친하게 지내면서 러시아어를 배웠고 자연스럽게 러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죠. 앞으로 동북아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러시아의 역할과 이해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그런 결심 끝에 손씨는 1997년 블라디보스톡에 위치한 ‘극동종합국립기술대학교’ 국제관계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손성도씨는 이 곳에서 러시아가 주변 국가들에 대해 어떤 생각과 계획들을 갖고 있는지, 한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게 된다.
손성도씨는 러시아 유학 후에도 통역 등 여러 가지 일로 한국과 러시아를 오갔다. 그러던 중 지금의 부인 율리아씨를 만나게 된다. 러시아 출생으로 러시아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율리아씨는 한국 선교사가 러시아에 설립한 교회에서 교사로 활동 중이었다.
율리아씨와 가까워진 손씨가 한국 유학을 권하자 율리아씨는 고양동에 위치한 에스라성경 대학원대학교 진학해 신학을 전공하게 된다. 그리고 손씨의 삼촌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져 결혼하게 된다.
러시아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갖춘 손성도씨는 고향인 고양시에 대해서도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3살 때부터 외가인 고양동, 대자동 일대에서 성장한 손씨는 비록 현재는 낙후된 곳이지만 앞으로는 꼭 발전해야 할 지역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지역 발전과 러시아와의 교류 강화를 위한 꿈을 갖고 있다. 바로 고향인 고양동, 대자동 일대에 러시아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러시아 문화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키즈카페에도 러시아 동화가 벽화로 그려져 있고, 러시아 에니메이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키즈카페에서는 톰과 제리 등 디즈니 만화를 영어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영어권 문화에만 익숙한 환경 속에 구속당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패러다임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문화에만 익숙하다보니 러시아에 진출해서 이 장벽을 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는 유럽의 문화와 자신들만의 특수성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손씨는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에 하나가 러시아와 한국의 교류가 민간 차원에서마저도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4년 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외대 대학원을 다닐 때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해 보였던 것이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보다 선진화 된 부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무엇을 얻으려고 한다면 실패하고 맙니다. 천천히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러시아를 문화적으로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러시아 문화원을 세우고 싶습니다.”
박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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