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아 늦둥아 너 어디서 왔니-2
초음파로 아기를 보고 있었다. “지금 아기가 얼마만한 지 아세요. 50원짜리 동전만합니다.” 6개월 된 뱃속의 아기가 50원짜리 동전만 하다는 소리에 씽긋이 웃으면서도 왠지 불안했다.
“양수검사를 해야합니다. 엄마가 40이 넘으면 40명중에 한 명은 기형아를 낳습니다.” 담당 선생님은 단호했다. 그래서 양수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족히 10㎝는 넘을 것 같은 가는 바늘로 배를 찔렀다. 맑은 액체를 빼냈다. “2주 후에 검사결과가 나옵니다.”
2주는 길었다. 검사결과가 나쁘다면? “너 자신 있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길거리에서 다운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새삼스럽게 놀라곤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이상없다’였다.
양수검사를 했으니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알참이었다. 물론 불법이지만…. 남편에게 물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물어봐 줘?” 남편은 대답했다. “아니, 그냥 기다리자.” 대신 한솔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했다. “엄마, 나한테만 알아다주면 안 돼?” 한솔이의 부추김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10년 넘어 애 낳으면 처음 낳는 것과 마찬가지래.” 주위에서 위로인지 위협인지(?) 모를 말들로 겁을 주기도 했다. 임신한 채 시어머니 병간호에 초상까지 치렀건만 뱃속의 아기는느긋했다.
예정일이 며칠 지났다. 드디어 아기가 나오고 싶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솔이를 낳을 때 병원 침대에서 12시간을 헤맸다. 다신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솔이가 며칠 동안 학교 입고 갈 옷 챙기고, 세탁기 돌리고. 그런데 갑자기 진통 간격이 빨라졌다. 3분. 부랴부랴 남편을 깨웠다.
가족 분만실에서 남편과 함께 아기를 낳고 싶었다. 마지막 기회니까. 간호사가 말했다“너무 늦게 오셔서 안 돼요.” 기를 쓰던 아기가 주춤했다. 기어코 촉진제 힘을 빌렸다. 남편은 쫓겨나가고, 담당 선생님이 오셨다. “분만실에 들어가자.” 때가 되었다는데.
분만실은 너무 차가웠다. 기온도 낮아 썰렁하고 하얀 형광등 빛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한번만 더…한번 만 더 힘줘보세요.” ‘한번 만 더’를 몇 번쯤 했을까?
“으아앙.” 한결이가 울었다. 제일 궁금한 걸 물었다.
“손가락 발가락 다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