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실사에서 조선왕릉 40기 등재권고 평가

▲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능인 희릉 전경

고양시에 위치하고 있는 서삼릉과 서오릉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서삼릉과 서오릉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조선왕릉 40기가 ‘등재권고’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더구나 서삼릉의 원형복원 계획이 첨부돼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앞으로의 복원 추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

서삼릉 서오릉 세계문화유산 청신호

앞으로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을 관람하기 위한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이 고양시를 방문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문화재정(청장 이건무)은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유네스코에 제출한 조선왕릉에 대한 평가결과보고서‘등재권고’로 평가하였음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네스코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나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실사 및 평가 결과를 거부한 선례가 없어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는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유네스코 33차 세계유산위원회가 다음 달 22일부터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릴 예정으로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왕릉 40기는 이 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총 9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종묘(1995년) 및 창덕궁(199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조선시대 왕릉이 세계 유산 등재되면 우리나라 조선왕조 관련 문화유산들이 대부분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그 문화적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인정받게 된다.

특히 이번에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추진된 조선 왕릉 40기 가운데 고양시에 위치하고 있는 서삼릉과 서오릉이 포함돼 앞으로 서삼릉과 서오릉을 관람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외국인 관광객이 고양시를 찾고, 이로 인한 고양시의 도시가치 상승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지난해부터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조선왕릉’은 서삼릉과 서오릉을 포함해 성북구에 있는 제1대 태조계비 신덕왕후 강씨 정릉, 구리시에 있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파주에 있는 제16대 인조 및 인열왕후 한씨 장릉 등 40기다.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평가결과에 따르면 조선왕릉은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으로 그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현재까지도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선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관리 되고 있는 점도 ICOMOS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조선왕릉’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전라남도 및 경상남도 일대 공룡 화석 유산)은 동 분야의 연구가 세계적으로 초기단계임에 따른 연구축적 부족, 발자국 화석만으로는 세계유산적 가치가 부족함 등을 이유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으로부터 등재불가로 평가받았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불가로 최종  결정되면 재신청이 불가하므로 향후 재 등재 추진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 이전에 그 신청을 철회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 평가결과를 종합분석 한 결과 이번에 실사를 받은 문화유산 29건 중 신규로 등재권고 된 것은 우리나라의 조선왕릉을 포함하여 10건(34%)에 불과해 세계유산으로의 등재가 매우 엄격하고 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 서삼릉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정자각의 모습. 앞으로 이 곳에서 각 국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복원 위한 각 기관 협력 절실

이번에 조선왕릉 40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고양시도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지역 문화계 등에서는 신도시 건설 이후 정체성 강화를 위한 뚜렷한 구심점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번 소식은 시민들의 자존감 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재성 고양시 향토문화보존회장은 “이런 훌륭한 문화 유산을 집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시민들에게도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따른 충실한 계획을 통해 도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서삼릉과 서오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면서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국가보존관리계획’에 따라 원형대로 복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유네스코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도 이번 실사를 통해 문화재청의 복원 계획까지 평가해 ‘등재권고’를 내린 만큼 복원 추진이 중요하다.

서삼릉은 현재 젖소개량사업소와 한국마사회의 종마 목장이 위치해 있다. 원당에 위치한 서삼릉은 조선조 최대의 능역으로 세종대왕 등 조선조 왕들의 태를 묻은 태실과 인종과 철종의 왕릉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에는 100여기가 넘는 세자, 왕자, 공주, 후궁들의 묘가 한데 모여 있다. 당초 100만 여 평에 이르던 왕릉은 1960년대 농업육성 정책에 따라 축협 목장과 농협대 등이 들어서면서 7만여 평으로 줄어들었다.

▲ 지난 해 서삼릉 길이 차 없는 거리로 선포되면서 주말이면 자가용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서삼릉 언덕길이 시원하게 뚫렸다. 당시 이 아름다운 거리를 차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거닐 수 있다는 사실에 서삼릉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기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국 마사회가 서삼릉 앞 종마목장 부지에 ‘어린이 승마 체험장’을 추진하고 경기도가 고양시와 농협중앙회, 농협대학 등에 한국마사회가 추진하는 원당동 어린이 승마체험장과 관련해 주차장 설치 협조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화재청이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복원계획까지 첨부해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삼릉 주위에 어린이 승마 체험장이 마련되면 유네스코 실사팀이 복원의지를 낮게 평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지역 문화계와 문화재청은 마사회에 승마 체험장을 제고할 것을 권고했으나 마사회는 기존에 있던 종마목장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재 훼손의 위험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에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실사팀이 ‘등재 권고’평가를 내리면서 젖소개량사업소와 종마목장 등의 이전이 좀 더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고 당장 이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유네스코에 밝힌 ‘복원’에 대해서는 “예전 지형 그대로 복원한다는 의미다. 문헌 기록 등을 검토해 당시의 수종을 고려해 최대한 원래 모습을 되찾도록 할 것이다. 관람객들을 위한 약간의 동선은 고려되겠으나 공원화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과에 따라 복원 계획도 점차 구체적으로 수립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재성 고양시 향토문화보존회장은 “복원계획이 충실히 수립돼야 한다. 5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이런 왕릉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양시로서도 큰 자산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복원을 위해 문화재청, 마사회, 축협, 고양시가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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