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학교가 ‘뜨거운 감자’

“등록하지 않겠다.”
세원고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이 날이었다. 발산중학교 신모군의 어머니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예비소집 장을 떠났다. 아예 아이는 데려오지도 않았다. “검정고시를 시키든 유학을 보내든지 하겠다”는 게 신모군 어머니의 생각이다. 그나마 배정학교에 나온 경우. 20여명의 학생은 예비소집 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예비소집 장소인 강당 앞 또한 학부모들의 열띤 목소리로 소란스럽다. 일산구에서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세원고에 배정된 학부모들이 서명을 하고 있었다.

배정 불만은 세 가지 정도다. 우선 기피학교에 배정된 경우다. 일산구에서는 세원고가 덕양구에서는 능곡고가 그 대상이다. 학부모들은 같은 구지만 교통이 불편한 점을 가장 큰 불만으로 들고 있다.

두 번째는 원거리 배정. 일산구에서 덕양구 고등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193명. 이들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원거리 학생에 한해 전학을 허용한다고 밝혀 우선 문제가 해결되었다.
1차배정 오류로 2차배정에서 후순위로 재배정된 학생들 불만 또한 만만치 않다. 이들은 286명. 화정에서 능곡으로 화정에서 백양으로 지원서 뒤쪽에 썼던 학교에 배정된 예다. 주로 덕양구 쪽에 많다. 일산구는 대부분 1차 배정에서 학생이 채워져서 덕양구로 집중된다.

경기도 교육청은 평준화 요구를 수렴해 올해 처음으로 고양시를 포함한 수도권 5개 지역에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결과에 따라 선지원 후추첨방식을 적용한다. 고양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16개 평준화 학교를 가고 싶은 학교 순으로 써서 지원서를 냈다. 이를 도교육청에서 컴퓨터에 입력 학교를 배정했다. 1차 선지망 추첨과 2차 근거리배정으로 나누어 실시되었다. 문제간 된 오류는 2차 근거리배정에서 일어났다. 고양시 학생 중 이에 해당하는 학생은 중3 7천228명 중 고양은 1천17명. 재배정에서 749명이 선순위에 268명이 하순위에 배정됐다 .

이번 사태는 조성윤 교육감 사퇴와 원거리 배정자 전학 허용으로 일단 큰 불씨는 잡았다.
지난 19일 도교육청과 농성 중인 학부모들이 일단 ‘농성해제’까지 합의를 했다. 그러나 아직 기피학교 문제는 합의를 못한 상태다. 능곡고와 세원고에 배정된 학부모들은 고양교육청 강당에서 19일부터 농성 중이다. 재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등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등록거부 모임을 이끌고 있는 신영호씨는“근거리 배정방식이 학교나 주소지 근거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 구를 근거리를 본다는 점을 미리 학부모들에게 알렸어야 한다”며 “초학교와 교육 행정 기관의 홍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평준화 배정은 애초부터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될 경우 문제가 될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더구나 시행 첫해 컴퓨터 오류가 발생 그 파문이 더 커졌다.

우수학생은 따로 배정했다. 학부모가 학교를 잘 찾아갔으면 좋은 학교에 배정되었단다. 파주 김포에서 오는 타지역 학생과 실업계 떨어진 학생들은 2차 배정에 넣었어야 한다. 세원고와 능곡고는 평준화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평준화 배정으로 온갖 루머와 개인 이기주의까지 여러 모습이 나타났다. 이번 사태 수습이 먼저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급급한 입막음이 아닌 근본적 치료가 필요하다. 2003년에도 고교 평준화 배정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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