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쿼시 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 호곡중 고영조

▲ 한국 스쿼시 사상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 고영조(호곡중) 선수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8대 8. 마지막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점이다. 1,2 세트를 쉽게 따내면서 순조로운 우승이 예상됐지만 3,4 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결국 5세트까지 왔다. 상대편인 말레이시아 선수가 먼저 점수를 내면 따라가는 형국이 반복되다가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평소에 차분한 성격은 아니었던 고영조(호곡중2) 선수는 순간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했다.

“여기서 실수 하면 끝이다. 집중하자. 상대의 템포를 기다리자.”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고영조 선수는 침착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1점씩 쌓아올리는데 성공, 마침내 말레이시아 선수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트로피는 대한민국 스쿼시 역사상 최초의 국제 대회 우승을 증명했다.

“우리나라 최초인 줄은 몰랐어요. 그냥 이겼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기뻤죠.”

호곡중학교(교장 최점복)에서 만난 고영조 학생은 당시의 기쁨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과 달리 그 웃음은 꿈많은 10대의 모습이었다.

고영조 선수는 지난 달 28일부터 2일까지 열린 말레이시아 ‘2009 마일로 올스타 세계주니어 스쿼시 선수권 대회’에서 남자 15세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고영조 선수는 이미 한국스쿼시 연맹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지원해 왔던 스쿼시 유망주다.

전용하 전 고양 스쿼시 연합회 회장의 조카인 고영조 선수는 전 전 회장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스쿼시 라켓을 쥐게 됐다. 축구를 좋아했던 고영조 선수의 아버지는 고 선수를 축구 선수로 키우고 싶었지만 고 선수는 스쿼시의 매력에 더 푹 빠졌다.

“축구도 잘 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스쿼시의 기술들을 내 것으로 소화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저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어요.”

고영조 선수는 차근차근 성장해 왔고,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코치와 함께 슬쩍 우승을 다짐해 보기도 했다. 그 동안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고, 지난 해 열린 같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도 붙었기 때문이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공의 힘이 좋은 고영조 선수는 국내 각 종 대회에서는 여러 차례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또한 13세 때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 국제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고영조 선수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1시간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김포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코치와 함께 하루 3∼4시간 가량 훈련에 집중한다. 고양시에도 스쿼시 코트가 있지만 전문적인 선수들이 집중해서 훈련할 만큼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좋아하는 고영조 선수는 훈련이 없을 때면 배드민턴을 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축구나 농구를 즐긴다. 주변 친구들에게 스쿼시를 권해보기도 하며 언젠가 프로 선수로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스쿼시 선수가 아니어도 전 운동선수가 됐을 것 같아요. 스쿼시를 통해서 국가대표도 되고 더 많은 활약을 해서 스쿼시의 매력을 더 많이 알려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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