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지역사회 변화 프로그램 직접 제안, 실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은 형식적인 시간 채우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부만 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누군가를 위해 활동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은 대부분 시간이 적게 드는 봉사활동을 찾게 돼 봉사활동이 주는 참된 의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도 일부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발로 뛰는 봉사활동을 선택한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형식적인 봉사활동은 거부한다며 한 달 이상 함께 활동하고 있다.
평소에도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정발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10여명의 학생들은 고양시 자원봉사센터(소장 허경남)을 통해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청소년진흥센터에서 마련한 ‘지역사회 변화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알게 됐고 즉시 신청하게 된다.
그 결과 이들이 제출한 계획서가 선정돼 지난 5월부터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이 구상한 활동은 ‘행복한 마을 만들기 “다함께 동(洞) 동(動) 굴려라”’로 일산 2동에 위치한 이주노동자 쪽방촌을 찾아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곱 색깔 무지개’라고 팀 이름을 붙인 이들은 지난 17일에도 고양시자원봉사센터에 모였다. 이들은 이주 노동자에게 전달할 도시락 가방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활동은 청소년들의 부모들이 함께 참여해 그 의미를 더 했다.
도시락 가방은 집에서 안 쓰는 커튼을 활용했고, 청소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가방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기 위해 손끝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가방은 시중에서 구입해서 전달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에 대해 문호준 일곱색깔 무지개 단장은 “활동 하나하나에 우리 마음을 담아서 전달하고 싶었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문호준 단장을 비롯한 일곱색깔 무지개 청소년들은 이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일산2동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동사무소를 찾아가 자신들의 활동 취지를 설명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는 지원을 부탁했다. 동사무소에서는 학생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이주노동자 쪽방촌 일대에 방역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또 일산2동의 병원을 찾아다니며 이주 노동자들의 무료 진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찾아와서 취지를 설명하고 지원을 부탁한 끝에 무료 진료도 가능해졌다. 지난 20일에는 주변 청소와 밑반찬 배달도 실시했다. 앞으로 이들은 또 환경 정리, 벽화 그리기 등 9월까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쪽방촌의 환경을 개선하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지금 일산2동은 일곱색깔 무지개 청소년들로 인해 지역 전체가 나눔과 봉사를 통해 하나로 묶여 지고 있는 셈이다.
문호준 단장은 “가방 디자인 등 활동 하나하나를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다보니 이 활동을 통해서 우리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소수 의견이 있을 때 이를 조율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고 우리도 많은 것을 얻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영숙 고양시청소년활동지원단장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다. 형식적인 봉사에서 벗어나 청소년 자원봉사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