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아 늦둥아 너 어디서 왔니-3

아침밥을 먹으며 한솔이가 한탄한다. 입가에는 그 특유의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 반은 진심이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척 하지만.
한솔이는 동생이 생기는 걸 영 찜찜해 했다. 태어나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기한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결이가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한솔이에게 동생은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
호시탐탐 형아 방에 들어간다. 의자를 타고 올라가 키보드를 두드린다. 뚱뚱한 손으로 마구 두드린다. 컴퓨터는 다운되고. 한솔이가 소리친다. “엄마, 얘 좀 데려가!” 하루에 몇 번씩 있는 행사.
그렇게 구박을 당해도 한결이는 형아가 좋다. 형아 친구들이 오면 더 좋다. 형 친구들 보다 먼저 형 방에 들어간다. 어떻게든 한 목소리 내보려는 한결이의 몸부림이다. 오히려 한솔이 친구들이 한결이를 예뻐한다. 같이 놀아주는 것도 형 친구들. 그러니 얼마나 끼고 싶을까.
한솔이 친구 중 자칭 곰, 구린 박(박진구)이 있다. 한솔이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만난 구린 박의 어머니가 말했다. “글쎄 한결이 보더니 자꾸 동생을 낳아 달래요.” 남은 갖고 싶은 동생을 한솔이는 왜 마다할까.
한결이가 가지고 놀던 막대기를 한솔이가 빼앗았다. 여기저기 치고 다녀서 시끄럽단다. 텔레비전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결이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소파 밖으로 나와있는 형 발가락를 물었다. 화가 난 한솔이가 한결이를 붙들고 엉덩이를 때렸다. 집안은 한동안 한결이의 대성통곡으로 가득찼다.
하루는 낮 동안 아기 돌봐주시는 할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아프셔서 도저히 아기를 볼 수 없다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마감 날. “내가 볼게.” 한솔이가 말했다. 못 미더워하면서도 둘만 남기고 집을 나섰다.
“한결이 응가 안 했니?”
“왜 안 해. 치우면서 구역질나 죽는 줄 알았어.”
한솔이는 그 날 동생을 돌봤다. 족히 다섯 시간 동안. 혼자서.
“한결아 형아 다리 좀 주물러봐.” 한결이는 서둘러 일손(?)을 멈춘다. 어줍잖게 형아 다리를 만지작거린다. “아이고, 우리 한결이 예쁘네.” 우리 집 콩쥐와 팥쥐가 형제애를 발휘하는 몇 안 되는 장면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