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첫 어린이도서관…벼룩시장 강좌 행사 풍성
10여 년 전. 일산 신도시에 아직 도서관이 드물던 시절, 책을 읽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자주 찾아가는 곳이 있었다. 1999년에 백석동에서 문을 연 ‘동녘 어린이 도서관’이 바로 그 곳이다.
동녘 교회 부설로 마련돼 지역 내 도서관과 사랑방 역할을 하던 도서관은 차츰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준비한다. 신도시와 백석동 일대에 공공 도서관이 설립되면서 주민들의 책에 대한 갈증은 과거보다는 많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린이 도서관과 독서 교육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찾아 나선 동녘 도서관이 새롭게 정착한 곳이 풍동지구다. 2006년 11월 풍동지구로 이전한 도서관은 영유아 및 어린이 중심의 도서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300권 정도에 불과했던 책도 이제는 1만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한상수 관장은 “이 곳은 아이들이 책을 통해 감성과 지성을 마음껏 키울 수 있고 행복한 꿈을 키울 수 있는 벗과 같은 곳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동녘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은 엄마들이나 성인을 위한 강좌와 각 종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상수 관장은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동녘 도서관을 지탱해준 것이 바로 이들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이 도서관 운영 전반에 있어 스스로 참여하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개방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다보니 동녘 도서관은 아이들에게는 책을 마음껏 읽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고 어른들에게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어쩌다가 도서관이 마을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한상수 관장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은 그들이 책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아이들과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고민하고 마을과 도서관의 연계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동녘 도서관은 풍동 벚나무 공원에서 벼룩시장을 열었다. 벼룩시장은 매주 토요일 벚나무 공원에서 열리며 도서관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 할 수 있다. 이런 활동 자체가 도서관과 지역 사회, 주민들과의 연계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이 밖에도 유아 대상의 책 읽어주기와 다양한 독후 활동이 펼쳐지는 ‘책 속에 풍덩’, 주말 농장 텃밭을 가꿔보는 ‘어린이 농부’, 어린이 그림책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독서모임 ‘이야기 땅’, 인문학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모임 ‘여성인문학 강좌’등 다양한 모임과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 마련된 재활용품, 친환경 용품 가게인 ‘초록가게’의 판매 수익금은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몽골 어린이 후원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고양시에는 공공 도서관이나 어린이 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민간 어린이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책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모임의 하나인 ‘책날개’의 이영남 대표는 “아이가 처음에는 도서관에 와서도 노는 것만 좋아하더니 이제는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책도 읽어달라고 한다. 동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들이나 회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영란씨는 “아이들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고 엄마들과 교류할 수 있는 동녘 도서관이 좋다.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책은 다소 부족해도 공공도서관의 엄격한 제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점이 주민들을 도서관으로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한상수 동녘 도서관 관장은 “민간 도서관들이 열심히 노력해도 한계에 부딪혀 문을 닫기도 한다. 민간 도서관들은 이미 공공의 역할까지 일부 소화하면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행정당국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조금만 지원을 해줘도 그 효과는 크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