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인식기 급식 비대상 표기…교육청, 시스템 폐쇄 권고

 

지역 내 한 고등학교가 급식실을 운영하면서 학생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더구나 급식비를 늦게 낸 학생이 4일간 급식을 먹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해 학부모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A고등학교는 급식시간이 되면 전교생들이 줄을 서서 급식실 입장을 기다린다. A고는 급식실 입실에 앞서 바코드 인식기를 통해 학생들의 급식 유무를 확인한다.

학생들이 바코드가 내장된 학생증을 인식기에 접촉하면 인식기와 연결된 모니터 화면에 급식 대상·비대상 여부가 표시된다.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교사 및 영양사는 화면에 ‘급식 비대상’이라고 표시된 학생에게는 이를 통지하고 행정실이나 담임 교사에게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그러나 이 경우 사춘기 시절의 예민한 성격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급식을 위해 많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급식 비대상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9월 초 B군은 급식비를 늦게 냈다가 몇 일간 급식을 제대로 먹지 못 했다. B군은 급식실에서 급식 비대상자라고 안내하자 부끄러움에 급식실을 급히 빠져나갔다.

이처럼 B군이 급식을 제지당하면서 느꼈던 부끄러움 때문에 학교급식시설 바코드 인식기는 이미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 등에서 지침을 통해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06년 5월 17일자 경기도 교육청 ‘학교급식시설 바코드 인식기 문제 해소방안 강구’라는 제목의 지침에 의하면 “급식비 미납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식별기(바코드 인식기)로 인한 학생 및 학부모의 불신을 조장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사용여부를 결정토록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또한 학운위 회의를 거치더라도 인권 침해 요소가 없도록 충분히 논의하고 사용할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주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수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B군의 부모는 급식 납부 날짜가 지나서 급식비를 납부하려 했으나 입금 날짜가 지나면 스쿨뱅킹 확인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학교의 설명에 따라 계좌이체를 통해 급식비를 다시 입금시켰다. 그러나 B군이 급식을 정상적으로 먹을 수 있기까지는 나흘이 소요됐다.

이에 대해 A고 교장은 “스쿨뱅킹에 입금해도 3일간의 인식기간이 필요하며, 학부모가 계좌입금을 휴무 토요일에 했기 때문에 확인이 어려워 발생한 시스템상의 문제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1600명의 전교생 급식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일 전에 식자재에 대한 발주가 완료돼야 하고 신청 인원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발주 후 추가 인원에 대한 급식 지급이 어렵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A고에서는 급식 날짜가 지나서 급식비를 낸 학생들에게 3일 정도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A고 교장은 급식실의 바코드 인증 시스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많은 학생들을 통솔하려면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A고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급식 시스템에 대해 결정했다. 미납자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 효율적 급식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학운위 등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보완책을 마련 하겠다”고 답했다.

교육관계자들은 바코드 인식기를 사용하더라도 학교가 우선 학생에게 급식은 지급한 뒤 추후 이를 체크해 급식비를 내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제2청은 A고의 바코드 인식기에 대해 ‘폐쇄’지시를 내린 상태다. 이정균 경기도 교육청 제2청사의 평생교육체육과 사무관은 “교육청에서는 바코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고에도 이같이 알렸고, 학교측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용해야 한다면 교육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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