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로는 남쪽 목포에서부터 북쪽 신의주까지 연결된 대한민국 국도1호 중 일부구간을 일컫는다. 1960년대 말, 정부는 국도 1호 중 고양군 신도읍 구파발리(현 서울시 은평구 구파발동)에서 파주군 문산읍 마정리(현 파주시) 임진각까지 연결되는 40km(100리)에 대한 통일로 정비사업을 발표하고 이 도로를 ‘통일로’라고 명명했다. 통일로 정비사업은 도로폭 확장, 가로수 식재, 도로변 건물의 개축과 도색 등 도로는 물론 주변 경관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통일로 정비사업의 주체는 청와대 특별관리반과 내무부, 특수 기관들이었으며 당시 경기도와 고양군, 파주시는 그 어떤사업보다 우선적으로 이 사업에 주력했다.
통일로는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보완되었다. 남북회담을 앞두고 북측 대표 일행이 통일로를 통과할 때는 급작스럽고 일관성 없는 지시가 떨어져 상하간의 갈등을 빚은 적도 있었고 사업계획이 자주 번복되고 변경되어 밑에서 일을 추진하는 경기도와 고양군, 파주군은 난감한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통일로 정비사업은 1971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되었고 사업준공을 기념하는 통일로비가 세워졌다. 통일로 정비사업을 직접 구상하고 추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를 새긴 통일로비는 고양군 신도읍 진관내리(현 서울시 은평구 진관내동)와 파주군 문산읍 마정리(현 파주군) 두 곳에 쌍둥이 기념비로 건립되었다. 4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통일로 정비사업도 통일로비에 담긴 의미도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쌍둥이 통일로비 중 1기가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 채 한 주차장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고양군 땅이었던 진관내리에 세워졌던 통일로비는 현재 지하철 3호선 환승주차장(서울시 은평구 진관내동) 안에 한낱 바윗덩이처럼 방치돼 있다.
통일로 정비사업은 많은 우여곡절과 논란이 있었던 사업이지만 남과 북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통일의 길목을 만들었다는 역사적 가치를 품고 있다. 국토계획의 한 사례이자 교육 연구사례로 많이 연구되었고 통일의 소원을 담은 분단국가의 상징으로 알려져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코스가 되기도 했다. 또 역사는 역사 그 자체로 보존되어야 후손들에게 재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통일로에 대한 가치는 재조명 되어야 한다. 특히 통일로의 가치를 새긴 통일로비는 하루라도 빨리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시와 은평구가 머리를 맞대고 주차장 한 쪽에 초라하게 서 있는 통일염원의 상징을 누구라도 볼 수 있는 통일로 변 제자리로 옮겨와야 한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동과 서를 연결하는 길은 없는 길도 새로 만들고 ‘평화누리길’ 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는다고 한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통일의 상징, 대한민국 국도 1호 ‘통일로’가 의미도 잃은 채 하찮은 도로로 전락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고양과 파주의 큰 자산을 잃어버리는 일일 것이다.
통일로비의 제 자리는 어디일까. 이왕이면 서울과 고양의 경계지역이면 좋을 듯하다. 아니면 새로 들어서는 삼송신도시 내 녹지공원도 검토해볼 만하다. 삼송신도시에 조성될 예정인 녹지공원 중 통일로 변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통일로비의 새로운 자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71년 통일로비가 세워진 곳은 당시 고양시 행정구역이었고 사업의 진행도 고양시와 경기도가 맡았었다. 서울시가 ‘통일로비’를 방치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행정구역의 문제와 연관돼 있을 수도 있다. 고양시에서 적극적 의사를 보인다면 통일로비를 고양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 이창우 (전 킨텍스 건립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