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습지 생태탐방 … 재두루미·고라니·버드나무 군락지 등 한강 생태계 보고

통문이 열렸다. 아스팔트가 아닌 비포장도로에 발을 내딛자 흙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자유로 킨텍스IC에서 서울방향으로 약 1km 지점, 한강하구 경계근무중인 군 장병의 신원확인 절차 후 민간인통제구역인 철책 너머로 몸을 움직였다.

지난 20일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위원장과 고양올레 회원 10명은 생태탐방 및 철새모이주기 행사를 위해 장항습지에 모였다. 한강하구 습지 중 가장 많은 동식물들이 분포해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장항습지는 해양생태계와 담수생태계가 만나 기수역의 특성을 이루는 곳이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기척에 놀란 꿩이 몸을 숨기는 듯 하더니 이내 ‘퍼드득’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머리 위에선 대열을 맞춘 기러기들이 여유롭게 비행을 하고 물가에 앉아 한가로이 노닐던 수 백 마리의 철새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방문객이 낯선 듯 군무를 이루며 겨울 하늘을 뱅글뱅글 돈다. 그러나 낯선 방문객은 철새의 군무를 행여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며 미안함 마음을 대신한다.

생태탐방을 이끈 박평수 위원장은 “장항습지는 한강 생태계 부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장항습지는 고양시의 자랑이자 보물”이라며 “개발가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습지는 절대로 쓸모없는 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양올레 회원들이 생물다양성 관리지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재두루미를 비롯한 철새서식지 관리를 위해 먹이를 제공하는 곳이다. 옮기던 발길을 잠시 멈추니 저 멀리 재두루미 2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눈으로 관찰됐다. 인기척을 느낀 듯 이내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그 모습이 수려하다. 천연기념물 제203호로 보호·관리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박평수 위원장의 시범(?)에 따라 약 600kg의 볍씨가 고양올레 회원들의 손을 거쳐 드넓은 논에 흩뿌려졌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씨 뿌리는 손엔 힘이 넘쳤다.

장항습지가 자랑하는 버드나무 군락지로 이동하던 중, 고라니가 목격됐다. 잠시 눈을 맞추더니 금새 수풀로 숨어든다. 습지 탐방을 시작하기 전, 박 위원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장항습지에서 고라니를 보지 못한다면 참 운 없는 사람입니다.” 말마따나 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버느나무 군락지를 돌아보고 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한강 저 편 너머로 지고 있다. 저녁 노을로 장항습지의 억새밭이 황금물결을 이룰 즈음 군 초소에서 연락이 왔다. 출입제한시각인 오후 5시를 넘겼다는 신호였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볍씨를 뿌린 곳에 재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모여 있다. 통문이 닫히고 철책을 나서려는데 장항습지 안내 팻말의 한 문구가 뇌리에 남았다.

‘이제, 어떻게 후손에 물려줄 것인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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