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아 너 어디서 왔니

저녁 먹으면서 삽겹살에‘소주 한잔’. 우리 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소주 한 병 나눠 마시고 아줌마는 큰아들 한솔이와 너스레를 떤다, 아저씨는 한솔이와 한바탕 싸움을 벌린다. 아저씨가 ‘싸움놀이’를 즐기는 이유. 첫째, 밖에서 웬만큼 맞아도 아프지 않게 훈련시킨다. 숨어있는 이유. 아들보다 힘이 딸리기 전에 실컷 아들을 괴롭힌다(?) 울 때까지.

요사인 이런 푸짐한 저녁 풍경을 보기가 어렵다. 저녁의 ‘소주 한잔’은 지나간 역사. 한결이가 ‘소주잔 주거니 받거니’를 못 참는다. 식탁에 한 자리 잡고는 온갖 행패를 부린다. 숟가락으로 물 떠먹기. 소주잔 빼앗기-사실 소주잔이 한결이 물컵이다. 남의 밥 휘 젖기. 오이 집어던지기. 식탁 위로 올라가기까지.

‘애보는 비디오’로 유혹을 해보지만 길어야 10분. 한솔이를 꼬여서 컴퓨터 방에 들여보내도 10분. 그래서 거의 포기했다. “몇 년 기다려야 하나….” 이 집 아저씨 아줌마가 되뇌는 말.

정작 저녁 먹으며 반주를 피하는 더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력이라는 ‘체력’에 있다. 맥주라도 한잔 한 날은 병든 닭이 된다. 꾸벅꾸벅 졸기가 일수. 마냥 분주한 한결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

‘잠깐 소파에라도 기댔다’하면 싱크대 뒤져서 냄비를 꺼내놓는다. 꼭 유리 뚜껑이 있는 것만. 거실 장식장 열어 온갖 걸로 바닥에 무늬를 만들고…. 안방 스탠드 뒤로 들어가 텔레비전 받침대를 계단삼아 3단 서랍장까지 오른다. 그래도 성이 차지 않으면 나를 찾는다. 책 한권 들고와 내 머리를 친다. "심심하다 책이라도 읽어달라"는 표현. 반응이 없으면 그 뭉뚝한 손가락으로 눈 코 입을 괴롭힌다.

그래도 집에서는 낫다. ‘힘센 천하장사’, 족히 13㎏이 넘는 뚱뚱이를 안고 다닌다는 건 중노동이다. 쌀 10㎏짜리 봉투보다 무거우니…. 그나마 가만히 안겨 있으면 다행이다. 제 갈길 가겠다고 몸부림치면 감당 못한다.

쉬는 날 바람이라도 쐬어준다고 데리고 나가면 그 날은 저녁 내내 빌빌거려야 한다. 한솔이 키울 때야 안고 뛰기도 했는데. 그래서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약간 바꿔서 ‘체력은 애 키우는 힘’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