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2월 27일 저녁 UAE에서 날아온 “400억불 원전 수주”의 낭보는 우리 과학기술계는 물론, 전 국민에게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이는 지난 11월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요르단에 수출키로 한 연구용 원자로 충격에 이어 실로 메가톤급의 쾌거였다.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설립된 지 50년만에, 또한 고리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된 지 31년만에 한국이 “원자력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태어난 것이다.
이번 성공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연구계, 산업계의 일치된 노력과 우리 과학기술계의 국산화를 위한 불굴의 기술개발 의지와 땀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30여년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93%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원전 이용율과 더불어 최첨단 기술력, 가격 경쟁력이 빚어낸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1975년 대학 졸업후 당시 최초로 건설중인 한국전력 고리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 발령을 받아 수개월간 원자력 교육도 받고 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정책과장등을 거치며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한 경험이 있어 더욱 감회가 크다.
원자력발전소는 2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현대 첨단과학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모든 부품과 소재의 완벽함은 물론, 특히 원자로 격납고 건물의 콘크리트 외벽 두께는 1.2m에 달하고 내부에도 두께 6mm의 철판이 들어가 웬만한 전투기의 폭격에도 견딜 수 있으며, 최근 아이티의 지진 강도인 진도 7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하고 있다.
그러나 1979년 미국의 TMI 원전 사고,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미국, 유럽등 선진국들은 신규 원전건설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관련 산업이 한때 해체되기도 하였으나, 원자력은 기존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최근의 기후변화 대응에도 부합하는 대표적 녹색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현재 460기의 원전에 2030년까지 총 430기가 추가적으로 지어질 예정이며 현재 시가로 1200조의 엄청난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 원자력 산업이 앞으로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도 있다. 우선 지속적인 안전성의 확보 문제다. 그동안 세계적 원자로 사고와 원전 반대에 따른 불황에도 우리 원자력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 산업에 대한 국민적 이해 및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 태세에 있었다.
특히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평화적 목적의 연구개발 활동마저 제약되는 상황하에서 북한도 전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비핵화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함으로써 우리도 우라늄 자원의 가공에서부터 핵연료 재처리등에 이르기까지 핵연료주기 기술자립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고급핵심인력의 양성 확보와 국산화의 조기 달성이다. 그동안 이공계 특히, 원자력 분야는 70-80년대처럼 각광받는 분야가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원자력 관련인력을 조기에 양성 확보함은 물론, 제반 유인시책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직 미흡한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원전설계 핵심코드 등도 실질적인 국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좋든 궂든 이제 원자력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우리가 쓰는 전기의 40% 정도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며 방사성 동위원소는 각종 난치병과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은 ‘한 송이 장미’와 같다는 생각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 쓰기에 따라서는 좋은 향기와 꽃으로 우리 생활을 즐겁게 하지만, 잘못 쓰면 따가운 가시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오갑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과학기술부 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