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보도, 고양에 대한 편견 조장

지난 명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졸업식날 케첩 뿌린 학교가 일산에 있다며?"라는 질문을 받았다.대충 얼버무리고 돌아오다 '졸업식 알몸 뒤풀이' 뉴스를 접했다. 이런. 

서둘러 인터넷을 검색해보다가 화가 치밀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정장 아이들을 벗기고, 돌려보고, 떠들어대는 건 어른들과 언론이었다. 

연합뉴스는 13일 '오전 9시 53분 '중학졸업식 알몸뒤풀이 사진 인터넷 유포'란 기사를 시작으로 '알몸뒤풀이 가해학생 후배 돈도 갈취', '인터넷 달구는 알몸뒤풀이', 울며 사정해도 강제로 옷찢고 가위로 잘랐다'등의 선정적인 제목들로 하루에도 두세번씩 속보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는 비슷한 포즈의 여학생들의 벌거벗은 사진들을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초기 사진에는 모자이크 처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동아, 국민일보 등 주요 일간지들도 앞다투어 보도를 갱신해나갔다. 방송사들도 거듭 동영상을 틀어대고.

16일부터 일부 언론들은 '모 중학교' 대신 친절하게 학생들의 학교명을 밝히며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는 임시 폐쇄됐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피해, 혹은 가해 학생들이 얼굴을 가리며 사라지는 모습도 연일 방송됐다.

졸업식과 관련된 청소년들의 인권, 초상권, 명예는 어느 누구도 관심갖지 않았다. 그 아이들의 동영상을 '야동'으로 퍼나르는 어른들의 심각한 '범죄'도 문제 삼지 않았다. 오직 어떻게, 어디까지 벗겼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만 연속 거론됐다. 

경찰의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실태조사와 근본적인 해결을 지시하면서 일단 사건은 일단락 국면으로 넘어갔다. 해당 학교의 교장 등 교직원들의 책임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의 침해당한 인권과 해당 학교의 명예, 학부모와 학생들이 받은 상처는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그런 일'이 있었던 학교니 당연한 결과라고 자책이라도 해야하는 걸까. 도대체 다들 왜 이러시나. 언론의 선정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문제에서까지 이렇게 나오는 건 정말 해도 너무 했다.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는 칼럼에서 "똑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내 딸이 '졸업빵'에서 '오늘 해방이다'며 벌거벗고 서 있다면 어찌했을까 상상"했다. 경찰조사 결과를 보면 해당 학생들은 대부분 아파트촌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보통' 아이들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아이들은 심각한 범죄자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제발 더이상 우리 소중한 아이들의 인권이 유린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역사회에서라도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힘껏 안아주고, 품어안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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