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도
고양시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과격한 졸업식 뒤풀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커져가면서 근본적인 교육환경 개선 촉구와 함께 지나치게 선정적인 언론보도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졸업식 뒤풀이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부각되었다. 이 사진들은 이틀 전인 11일 졸업식을 마친 3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선배들로 인해 알몸 상태가 되어 밀가루와 계란 등을 뒤집어 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 학생은 해당 중학교 주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23명으로 졸업식 며칠 전부터 강압적으로 피해 학생들을 뒤풀이에 참석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사진은 가해 학생 2명을 통해 비공개로 인터넷에 올라왔으며 이것을 다른 학생이 전체공개로 옮겨가면서 일파만파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졸업식 뒤풀이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행태는 비단 올해 고양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5~6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졸업식을 끝낸 학생들 사이에서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 계란, 액젖 등을 퍼붓는 사건이 속출했고 이때마다 경찰은 훈방조치를 해왔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해당 학교의 총동문회장은 “학교 동문이자 학부모인 지인에게 우리 학교라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으며 부끄러웠다”며 “30년 전 내가 졸업할 때에도 뒤풀이는 있었지만 이렇게 심해진 줄은 몰랐다. 빠른 시일 내에 학교를 방문해 선생님들을 만나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한 인접 고등학교 학생은 학교 게시판을 통해 “인근 학교의 졸업식 사진이 뉴스에 나와 충격적이었다. 가해 학생 중에 우리학교 학생이 있을까 걱정이다”며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이 해당 학교에 방문하여 교사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졌으며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에서는 지역 교육현장 관계자를 소집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청은 인성과 인권교육 강화와 함께 졸업 가운 착용, 교복 물려주기, 부모와 함께 하는 졸업식, 졸업식 미담사례 등 졸업식 풍경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며 단순히 졸업식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이자 교내에서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한 처방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고양중등지회 최창식 지부장은 “무한 경쟁만을 강조하는 지금의 학교에서 명문고 진학 말고는 집단에 속해 힘을 과시하려하는 학생들이 늘고 이 아이들이 학교가 행복하지 않았기에 졸업을 통해 해방감, 탈출했다 느끼면서 이러한 일이 지속되고 있다”며 “학생이나 학교에 대한 비난보다도 패러다임의 개혁 없이는 바뀌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적인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자녀를 둔 김혜정(화정·36)씨는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놀라게 된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는 해도 굳이 아이들이 벗은 사진을 연달아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학교보다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아이가 배울 것 같아 겁이 난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고양시 교육청 중등교육 최승웅 과장은 “피해 학생들을 위해 학생생활지원센터에서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인해 교육현장에 있는 교장, 교사, 교육청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앞으로라도 신학기를 앞두고 더 이상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