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동안 수도권이었던 고양시. 화려한 삶을 살았던 왕족과 귀족의 수없는 자취가 있는 반면, 역사의 패자로 쓸쓸히 사라진 인물들도 수없이 많다. 고양시의 중심 산이랄 수 있는 고봉산과 황룡산. 이 산자락에도 화려했으나 권력의 그늘이어야 했던 장희빈 친정 사람들의 경우와 같이 무수한 사연과 슬픔이 있다. 오늘은 이 길을 가보고자 한다.

 

▲ 장희빈의 아버지 옥산부원군의 묘앞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길은 2코스다. 중산 일산복음병원에서 출발 - 안골습지공원 - 장희빈 친정묘역 - 고봉산 일원 - 금정굴 - 권필묘 - 용강서원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일산복음병원에서 출발해서 안곡초등학교 쪽으로 가면 뒤편으로 제법 넓은 안골습지공원이 나온다. 안골습지공원은 고봉산이 품고 있는 산지 습지에 자리 잡았다. 이곳은 환경부가 보호해야 할 자연유산으로 인정한 산지형 천연용출 습지로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그 덕에 고봉산 습지에는 개구리 뿐만 아니라 수질환경 지표종인 가재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들이 대규모로 서식한다고 한다. 이런 안골습지공원은 고양 시민들의 생태적 자산이고 자랑이다. 더욱이 주택공사가 이곳 습지 위에 아파트를 건설하려고 했을 때 7년에 걸친 시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탄생한 곳이기에 더욱 자랑스러운 곳이다. 

안골습지공원 안에는 고양8현 중 한분인 정지운 선생의 묘가 있다. 지금은 특별히 허가를 받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지만, 이분 또한 조선 성리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다. 이분은 천명도설(天命圖說)을 지어 유명한데, 유교의 교리를 그림으로 설명해놓은 것이다. 이 천명도설은 퇴계선생이 선조임금을 위해 바친 천명도설에 앞서는 것이기도 하다.

안골습지공원을 지나 굴다리를 통과하여 성석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쪽으로 길을 잡으면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된 ‘밥집’이 나온다. ‘밥집’ 옆길로 슬쩍 넘겨보면 숨겨진 넓은 묘역이 나온다. 이곳이 장희빈(1659?~1701) 친정묘역이다. 이곳에는 장희빈의 아버지인 옥산부원군 장형과 어머니인 파산부부인 윤씨를 비롯해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그리고 오빠 장희재의 영혼무덤 등이 있다. 장희빈의 아버지 장형 묘 뒤편에 증조할아버지인 장수의 묘도 있다. 장수 묘 뒤 계곡 쪽으로 보일 듯 말 듯 한 샛길을 따라 건너편으로 가면 탐진 최씨 묘역이 나오고, 고봉산으로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이곳을 조금 오르면 만경사가 나온다. 만경사는 6.25 때 불타 새로 지었지만 고양8현 중 한분인 홍이상(선조 및 광해군 때 대사헌 등 역임)이 창건한 절이다.

고봉산 정상은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갈 수 없다. 약 7부 능선을 따라 길이 있는데, 이 길에 샘물이 좋은 영천사가 있다. 영천사에서 조금 더 가다보면 능선 위로 헬기장이 나오고, 계속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정자가 나온다. 정자 밑으로 내려가면 배수지다. 

배수지 옆 고봉산주유소에서 길을 건너면 언덕 위에 금정굴 유적이 나온다. 금정굴은 일제시대 금광개발을 위해 수직으로 파놓은 굴인데,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양민을 학살해 매장했던 곳이다. 1995년 1차 발굴 결과 최소 153구의 시신이 확인되었다.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 

금정굴에서 왼쪽으로 가면 황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우리는 오른쪽 청소년수련원 쪽으로 내려온다. 수련원 맞은편 개울 옆길을 조금 가면 왼편으로 들판이 나오고 군부대가 보인다. 군부대 정문 옆이 조선조 유명한 시인 석수 권필의 묘이다.

 

▲ 장형 묘 앞에서

 

권필은 송강 정철의 수제자로 일찍이 문명을 떨쳤고, 19세에 진사시에 장원급제하였지만 임금의 뜻을 거스르는 글귀가 있다고 하여 출방 당했고 이후로는 다시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다. 권필은 광해군 당시의 외척이며 권신인 유희분 등의 방종을 궁류시를 지어 풍자하였다. 이 일로 곤장을 맞고 해남으로 귀양가다가 행인들이 동정으로 주는 술을 과음하여 장독이 도저 이튿날 동대문 밖에서 죽으니 이때 나이 44세였다.

권필묘에서 조금 내려오면 고양실업고등학교가 있다. 멀리 태조 이성계의 조카인 이천우의 넓고 화려한 묘역이 나온다. 맞은편으로는 아직은 옛 정취가 많이 남아있는 상감천 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함흥차사로 유명한 박순 등을 배향하는 용강서원이 있다. 용강서원은 함경남도 용흥강변에 있었는데, 1980년 이곳에 새로이 지었다.

용강서원까지 길 걷기가 부족하면 황룡산으로 올라 금정굴 쪽으로 능선길을 걸을 수 있다. 용강서원 오른편 뒤로 길이 있는데, 이곳으로 조금 올라가면 박순의 부인인 열녀 장흥 임씨 묘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부대 옆으로 황룡산 정상 부근이 나온다. 

/ 고양올레길 만드는 사람들  최경순(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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