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릉展… 철종, 소현세자, 숙종 등 현대미술 시선으로 조명

2010년 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조선의 왕릉’이라는 고양시 지역의 주요한 역사적 이슈를 전시의 테마로 채택하여, 이를 예리한 시각을 지닌 현대미술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품전시는 3월 18일부터 6월 13일까지다.

‘왕릉의 전설’은 조선왕조 500년을 이끌어 왔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시는 이들 왕족 가운데 고양시에 소재한 서오릉과 서삼릉에 누워있는 아름답고도 처절한 전설의 주인공 8명의 존재들과 작가들 사이의 시각적 대화를 현대적 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8명의 왕족으로는, 인수대비, 폐비 윤씨, 인종, 소현세자, 숙종, 희빈 장씨, 의빈 성씨, 철종 등이다. ‘왕릉의 전설’전 참여작가는 홍원표, 곽민선, 김부연, 김지혜, 이단, 백승민, 류준화, 김희선, 정진용, 이유정, 김들내, 송준호, 장우석 등이다.

▲ 김희선은 소현세자의 아버지 인조의 편견, 그리고 그와 상충되는 아들 소현세자의 희망을 대형영상설치작품 ‘흐르는 풍경’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신들의 정원’이라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의 장례절차와 조선왕조세계도 및 조선왕릉의 건축적 특징 중 서오릉과 서삼릉의 구성이 설명된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몇몇 작가들이 8명의 왕족들의 전설과 역사적 행적을 재현하였고, 이를 토대로 관객들은 전반적인 전시의 흐름과 의미를 사전에 숙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섹션부터 왕실의 내명부를 대표하는 존재이자 한 집안의 어른으로서 ‘내훈’을 통해 왕실과 모든 조선의 여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수대비, 왕의 사랑을 후궁들과 나누기를 거부하며 시대의 여성관을 본능적으로 무너뜨리고 결국 사사되어 연산군이라는 폐주를 낳았던 폐비 윤씨, 지극한 효성과 너그러운 성품을 지녔으나 역대 조선 왕 중 최단 기간 재위했던 불운한 왕 인종, 서양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고 일찍이 조선의 개혁을 꿈꾸었으나 의문의 죽음을 맞아 이슬처럼 사라진 소현세자 등이 각 섹션을 차지하고 있다.

▲ 정진용의 작품 ‘Majesty-금기’


지난 2009년 조선의 왕릉 40기도 세계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유네스코가 조선의 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연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조선의 왕릉이 유교와 풍수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과, 둘째로 이러한 무형문화재적 가치를 지니는 조선의 전통이 조선왕릉을 구심점으로 하여 제례의식 속에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왕릉 전체가 한 기도 변형되지 않고 온전히 보전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 김지혜의 여인도 중 ‘소녀와 드래곤’

이번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중 고양 지역에만 총 8기의 능이 소재하고 있는데, 이 능들은 크게 서오릉과 서삼릉의 능역에 분포되어 있다.

서오릉에는 세조의 장남으로서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덕종과 그의 아내 인수대비의 경릉이 위치해 있다. 경릉을 중심으로 그 서쪽에는 숙종의 후궁이자 왕비였던 희빈 장씨의 대빈묘가 위치해 있고, 그 동쪽에는 숙종과 그의 계비 인현왕후와 인원왕후의 명릉이 놓여 있다. 이 밖에도 덕종이 죽은 후 왕위에 오른 예종과 그의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 숙종의 원비였던 인경왕후의 익릉,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의 홍릉이 이곳 서오릉에 있다.

서오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삼릉이 있다. 이곳에는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희릉, 부모에게 지극한 효심을 보여준 인종과 그의 원비 인성왕후의 효릉, 철종과 그의 원비 철인왕후의 예릉이 위치한다. 이 밖에도 서삼릉에는 폐비윤씨의 회묘와 소현세자의 소경원 등과 함께 여러 왕자들과 후궁들의 묘가 있다.

조선왕릉은 단순히 역대 왕들의 무덤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왕조의 정치와 문화적 격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의 보고로서 기능한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서의 고양시가 ‘조선왕릉과 현대미술의 접목’이라는 맥락에서 선보일 ‘왕릉의 전설’전으로부터 우리의 역사를 현대적 시각에서 수용하고 보존할 수 있는 젊은 역량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