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제주에서 있었던 2010 여기자 포럼에서 한 말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오늘자 한국 일보를 보면 그는 “이렇게 지성적이고 아리따운 여성들 가운데 있어 영광이다. 내가 다 젊어진 기분”이라며 “여기자라고 해야 자식뻘이고, 삼촌과 같은 마음”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또 “세상에서 여성의 임무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문제가 되자 그를 위해서 해명하는 얘기들이 올라오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 요직에 있으면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분들의 생각이 이렇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걱정스럽고 절망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분은 올해 73세 되신 노인이다. 노인들은 대체로 자신이 살아 온 인생 경험을 토대로 후세들에게 모범이 되고 문제에 답을 주는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개인의 삶만 놓고 보자면 그분은 저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마치셨고 따님들도 잘 키워서 좋은 가정에 시집을 보내셨다고 하니 그렇다. 그래서 여자들이 직업을 가지기 보다는 집에서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저 출산 문제는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있는 시간이 많아 아이 가질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셨던 것 같다. 도무지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함께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의 발언이다.

여자가 집에서 살림만 하고도 가정 경제가 잘 돌아가고 아이 기르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형편인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하는 얘긴지 모르고 하는 얘긴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여성들이 차고 넘치는 마당에 그런 재능을 다 묻어두고 그저 임신과 출산 육아에만 전념하라는 말인지 그것도 알 수 없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도 아주 낡아 빠진 노인의 시각으로 말을 툭 던졌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이 낙태를 엄격히 금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만 난무하는 것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것도 그저 이웃 노인이 한 마디 하신 게 아니라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시는 분이 이런 생각을 가지셨다면, 감히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하겠다.

일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가사와 육아 그리고 직장 일까지 책임져야 한다. 가사문제는 어찌 해결한다고 해도 육아문제는 좀처럼 풀기 어렵다. 엄마가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면 일의 능률도 오를 뿐 아니라 육아문제도 좀 해결 될 것이다.

그저 무작정 집안에서 현모양처로 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가능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다. 그분이 어떤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 고위층에 계시는 노인들이 대부분 저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듯싶어 걱정이 되는 것이다.

여성이 없이는 가정이 없고 가정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도 불안하다. 여성들이 편하게 일하고 결혼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일 것이다. 이제는 어른들도 개인의 경험에서 벗어나 사고의 폭을 가정에서 나라로, 조금 더 넓게 세계로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고광석 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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