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지금 여성계에서는 ‘낙태’문제로 논쟁이 뜨겁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09년 2월에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 하면서 ‘낙태율을 반으로만 줄여도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하자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근절 운동을 선언하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저출산 대응 전략으로 낙태 줄이기 캠페인을 채택하였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불법낙태시술한 병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2010년 3월 보건복지가족부는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과연 저출산의 문제가 낙태근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낙태 불법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이나 하고 접근하는지 묻고 싶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여성이 임신을 하면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직장을 유지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과 아이를 낳아도 안심하고 맡길 수 없는 보육정책, 과도한 사교육비 등 실생활과 밀착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바른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낙태는 1971년 4.54명이라는 높은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낙태시술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제정하는 등 국가가 앞장 선 정책이었다. 이제는 출산율이 낮다는 이유로 여성의 결정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강압적 정책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낙태가 음성화 되면서 시술비용이 200만~300만원으로 뛰었고, 상담소는 낙태 관련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무면허 시술의 증가로 생명을 잃는 여성, 이웃나라로 원정낙태를 가는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낙태를 비난하는 이들은 ‘문란한 성관계’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피임을 요구할 결정권이 제대로 있는지, 기혼여성 낙태는 연간 19만명이며, 미혼여성의 낙태는 14만건으로 기혼여성 낙태율이 더 높다.

여성에게 피임할 수 있는 권한은 없고, 임신, 낙태의 책임은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 상대 남성은 어디 있는가? 낙태관련 상담내용 중 대다수의 남편이 피임을 꺼려하고 여성에게 ‘잘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에 낙태 시술 시 배우자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면서, 형법에서의 불법낙태가 적발 되었을 때는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만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불법적인 부분에서 비도덕성, 비윤리성에 대한 비난은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

낙태 종합계획에 미혼모, 미혼부에게 지원금을 월 12만 4000원을 주겠다는 방안을 마련하였는데 우리 사회에서 10대가 임신하면 학교에서 퇴학을 강요받는 등 학습권이 주어지지 않는데, 10대에게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유아 유기 사건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생명이 소중하다며 무조건 낳으라고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 자살하거나, 입시경쟁으로 자살하는 10대, 노인의 자살 등 현실에서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정책으로 서민들은 위험 속에 내몰리고 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정책부터 준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먼저 정부는 낙태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낙태율이 높은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실질적인 피임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피임을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남성중심의 성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안전한 피임보다 질외사정 등 자연피임법을 더 선호하는 성인이 많다. 성관계는 소통이다. 눈치껏 상대방도 원할 것이라는 속단으로 접근하기보다 상대방도 성관계를 원하는지, 성관계 이후 발생할 임신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 어떤 방법으로 피임을 할 것인지 서로 합의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성관계는 남성이 리드하고 피임은 여성에게 전가하는 전근대적 방식에서 벗어나야 안전하고 당당하고 즐거운 성이 될 수 있다.

이여로/고양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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