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은행돈 빌렸는데 이자만 늘어 한숨 뿐

한달 이자만 4000만원 넘는 가구도
이자 못갚아 담보 잡힌 토지마저 경매로 넘어갈 판
사진 민태진 : 보상을 받아 다른 곳에 정착해 다육식물관련 연구에 전념하겠다던 민태진씨는 보상이 늦춰짐으로써 다시 이 꿈이 이뤄지지 못하지 않나 하고 염려했다.
LH공사(토지주택공사)가 풍동2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대한 이렇다할 보상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해당지구의 주민들은 갖가지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재산상 피해는 보상을 기대하고 소유 토지를 담보로 은행돈을 빌렸지만 보상이 늦추어짐으로써 이자비용을 물어야 한다는 부담에다 급기야 금융압박에 못이겨 소유 토지마저 경매에 나갈 처지에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다.
주민에 따르면 해당가구 200여 가구 중 50억 이상 은행돈을 빌린 사람은 3가구 정도이고 100여가구 이상이 최소1억∼최대10억 정도의 은행돈을 미리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50억의 은행돈을 미리 빌린 신모(64세)씨는 한달 대출이자만 4000만원 가까이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신씨는 미리 경매로 나온 24억짜리 공장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보상이 늦어짐으로써 잔금을 못갚아 계약금 2억여원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신씨는 빌린 50억 중 나머지 25억 가까이는 이 외에도 사우나, 아파트 1채, 땅을 사놓았다.
신씨는 “먼저 47억 가량을 은행에서 빌렸는데 도저히 이자비용을 갚기에 벅차 6억을 다시 대출신청을 해놓았다”며 “현재까지 보상이 늦쳐짐으로써 날린 비용만 10억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하루에 가만히 있어도 개인재산 100만원 이상이 이자로 나가는 꼴이니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군출신인 신씨는 일산백마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병원신세만을 질 수 없어 이자비용을 처리하느라 금융권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풍동 2지구가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2007년 3월 이후 약 60억원을 빌린 임모(63세)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씨는“이자비용이 1년에 4000만원을 넘다보니 담보를 묶인 땅이 경매로 붙여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곧장 거지가 되는 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씨 역시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을 못견뎌 하며 제2금융권까지 찾아나서면서까지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소 1억 이상 은행대출해 미리 사용한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일 뿐 모두 이자 비용을 갚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많은 은행돈을 빌리지 않았지만 보상받은 이후 지금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사업을 계획했던 사람들도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풍동795번지 일대에서 다육식물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민태진씨는 농장을 그만두고 보상금으로 다른 곳에 정착해 실내에서 다육식물을 성장시킬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연구하는 다육식물 관련 연구소를 차리고 싶어했다. “농협대학에 다니면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마지막 삶을 이 연구에 바쳐 연구결과를 얻고 싶었다”는 민씨는 “개발계획이 느닷없이 중단되니 마지막 꿈을 이룰지 알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주민들은 LH공사가 지금이라도 구체적 보상일정을 밝히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풍동2지구 주민대책위원장 설원규씨는 “풍동2지구 전체 보상액 9300여억원인데 한 푼도 못받은 상황에서 이자비용을 포함해 주민들이 지금까지 입은 재산피해액을 밝혀내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LH공사측에 물은 후 뚜렷한 답변이 없으면 집단행동이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