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원, 박애원 주최 12개 정신요양시설 축제
정신장애인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수백 명의 정신질환자가 1박 2일간 함께 하는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런 보기 드문 여정이 펼쳐졌다.
서울ㆍ경기ㆍ인천(이하 서경인)과 대전 지역의 12개 시설에서 요양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570여명(인솔직원 포함)이 22일부터 1박2일간 변산반도 일대로 여행을 다녀왔다.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서경인지역의 11개 정신요양시설 문화체육행사의 일환이다. 올해는 이 행사에 대전에 위치한 시설(수양원)이 동참해 총 12개 요양시설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노인 레스피트 플러스 프로그램(Respite Plus Program)'의 지원을 받아 함께 여행을 떠났다.
고양시에 위치한 정신요양시설 박애원(원장 박성은)에서 기획한 이번 여행은 장기간 시설에서 요양하고 있는 수백명의 만성정신장애인들에게 여행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신건강의 날(4일)과 장애인의 날(20일)이 속한 4월에 일반인들에게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정신장애인 본인에게는 여행을 통해 ‘세상은 가까이 있고 두려운 곳이 아니다’라는 자신감을 부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행지는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변산반도 일원. 부안군에 위치한 테마파크와 채석강, 인근의 새만금 방조제와 내소사 등을 둘러보고, 대명리조트(변산)에서 숙박을 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한 여행지겠지만 정신질환으로 오랜 기간 사회와의 교류가 끊어졌던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고.
“시설에 살면서 반복되는 일상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플 때가 많았다”며 “이렇게 적은 비용을 내고 좋은 곳으로 여행할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하다”고 이번 여행에 참가한 정신장애인 김모씨(46세)는 말한다.
박애원의 오미애 사무국장은 “정신장애인하면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까지 느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환경을 생각하고 질서도 잘 지킨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애원 박성은 원장은 “그동안 서경인 지역의 11개 시설이 십시일반으로 11년간 돌아가며 하루짜리 체육문화행사를 주관해 왔지만 아쉬움이 많았었다.”며 “모든 시설이 1순환한 시점에서 뭔가 의미 있는 변화를 주고 싶어 정부의 여행지원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 이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게 된 것”며 “시설에 대한 예산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여행지원프로그램은 장애인들의 삶의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의 종료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