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폐지된 지역아동센터 전자카드, 무얼 고민하나?

지난 17일부터 경기도에서 시범 실행하는 아동급식 전자카드인 지-드림(G-Dream)카드가 수원, 안양과 더불어 고양시에서 시작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확대 도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당초 도에서는 그동안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들을 위해 운영해온 아동급식사업을 위해 이용되어 온 종이식권이 갖고 있었던 분실 및 훼손의 위험과 행정적 불편 사항을 개선하고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을 이용하는 아동과는 달리 사회적 대안가정으로서 지도 교사간의 유대 속에서 식사가 이뤄지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고양시 지역아동센터 아동급식전자카드 도입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측의 주장하는 급식카드의 폐해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동에게 있어서 단지 배고픔의 해결장소가 아닌 종합적인 돌봄과 교육으로 이루어진 지역아동센터의 본질이 전자카드 도입으로 인해 급식을 둘러싼 거래 관계로 왜곡 될 수 있다는 것. 둘째, 카드 소지로 인해 아동들이 자신을 빈곤하고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람으로 부정적인 자기정체감을 갖고 낙인감을 심화시킨 다는 것. 셋째, 아이들의 안부보다 카드소지 여부를 먼저 물어야하며 카드를 다른 곳에서 이용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교사들의 자존감 상실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2009년 4월부터 성동, 광진, 은평구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아동급식 전자카드를 시범 실행하였으나 이와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 3개월 만에 폐지하였다.

급식 전자카드 제도를 시범 실시한 서울의 A지역아동센터의 4월 한 달간의 모니터링 내용을 보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지도 선생님을 ‘식당 아줌마’라 호칭하는 아이가 생기는가 하면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라는 거짓말이나 ‘다른 곳에서 간식을 사먹겠다’며 식사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게 생겼다. 이미 다른 곳에서 카드를 이용했으나 식사를 바라는 아이들을 거부할 수 없어 센터 운영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다. 기존에 월별로 지급되던 급식비가 카드 도입으로 인해 일별 지급으로 바뀌면서 쌀과 같은 다량 구입을 요하는 식자재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식단 구성을 저해 했다.

지역아동센터가 쉬는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급식카드의 이점 역시 실제로는 “창피하다”, “사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총 42명 중 9명밖에 이용하지 않았다. 또 다른 아이는 카드를 이용했다가 급식업소에서 핀잔을 들었다며 카드 사업을 원망한 것으로 나타나 그 실효성이 의심되게 했다.

또한 카드의 분실을 우려해 센터에 카드를 보관하거나 시스템 오류 및 분실로 인한 업무 과중과 함께 카드를 소지하지 않아 식사를 하지 못할까 불안해하거나 센터를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기는 등 카드 한 장으로 아이들 밥 한 끼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소속감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경기도나 고양시에서는 행정적 편의와 함께 최근 인천지역아동센터에서 불거진 횡령사건을 들며 운영의 투명성 확보로 급식전자카드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특히 시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 당시 아이들의 자필로 사인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가 직접 명단에 사인하는 것에 비해 아이들의 낙인감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사회복지행정은 혜택을 받는 수혜자들이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식전자카드는 이를 명백하게 위배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또한 “급식전자카드로 투명성이나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어른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우선하는 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지역아동센터의 급식전자카드 도입에 대해 도와 시 관계자는 각각 “일차적으로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존중하겠다”, “급식전자카드는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시책”이라 말하면서도 “해당 사업에 대한 지역아동센터의 의향을 알기위해 구청에서 조사했을 뿐”이라며 “당장 시행계획은 없으며 아직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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