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규·허영 두 화가의 산사랑

고양시 곳곳이 개발의 열풍에 휘말린 요즘 “그 곳이 더 잘려 나가기 전에 화폭에 담아야 한다”며 고봉산 개명산을 수 십 차례 오르내리며 그곳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해 ‘그림으로 만나는 고양산’전을 준비하고 있는 두 명의 화가가 있다.

일산미술인회 회장인 김행규씨와 한국화가 허영씨가 바로 주인공이다. 일산미술인회에서 매년 꽃전시회에 맞춰 전시하고 있는 ‘꽃과 그림의 만남전’을 통해 ‘지역에 뿌리 내리는 미술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실천해 온 이들이기에 이번 전시가 더욱 심상찮다.

평소의 작품성향이 추상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 두 작가가 그려 놓은 ‘고양산’은 다소 의외다. 철저하게 사실화 위주로 그렸다. “안 하던 사실화를 그리려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필름값도 많이 들었다”는 것이 두 화가의 불평이다.

김행규 화백은 “작가의 주관과 상상력을 배제시켰다. 답사를 하다보니 산은 그냥 그곳에서 개발의 상처를 드러낸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관람객들이 상처난 산을 보며 아쉬워하는 마음을 품는다면 이번 전시는 성공한 거다”라며 전시의도를 밝힌다.

이번 전시는 허영 화백의 남편 이태윤 박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박사의 제안이 있은 후 1월초부터 고봉산 개명산 덕양산 심학산 답사를 시작했다. 현장 사진을 찍고 무엇이 작품의 소재로 좋을까 취재도 했다. 작품에 영감을 더하기 위해 응원군을 요청했다. 개명산 지킴이 이선숙씨, 바선모 사무처장 권옥희씨, 고양자치연대 조기현씨, 향토문화보존회 신우근씨가 산에 대한 개인적 소감을 들려주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전시되는 작품에는 산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과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개인적 추억이 함께 녹아있다. 일종의 공동창작인 셈이다.

김행규씨는 수채화 15점을 그렸고, 허영씨는 50호가 넘는 대작 10점 그렸다. 이 작품을 가지고 오는 4월 1일부터 10일까지 롯데아트갤러리(908-5003) ‘그림으로 만나는 고양산’전을 연다. 초대일시는 1일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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