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곡중, 아버지는 발 씻겨주고 아들은 감사의 눈물

능곡중학교(교장 마영호)는 지난달 19일 아버지와 자녀들에게 ‘아주 특별한 하루’를 선물했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행복한 하루’라는 타이틀로 이뤄진 이날 행사는 최근 소원해지기 쉬운 아버지와 자녀가 서로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는 자리가 되었다.

2009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 맞는 이 프로그램은 작년 부임해온 이태우 교사의 건의에 의해 이뤄졌다. 처음 시작 당시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예상 외로 높은 관심과 반응으로 올해에는 상 하반기에 걸쳐 진행하게 됐다. 이 교사는 “학생부장을 맡아오면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님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맞벌이 가정이 많다보니 아이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고 학교에만 맡기시는 가정의 아이들을 지켜보니 가슴이 아파 교회에서 체험했던 프로그램을 학교에 적용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1부 행사에는 건국대학교 아카데미 교수인 백신영 강사를 초빙하여 특강 ‘“I message! You message’가 진행됐다. 각기 다른 아이의 성격 유형과 그에 맞춘 메시지 전달법을 배우고, 아버지와 자녀간의 이해와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사례중심의 특강을 통해 아버지들은 자녀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바람직한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시종일관 귀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듣는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며 학생들 역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어진 ‘마음 열기’ 시간에는 아버지와 자녀가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마련하여 평소에 바쁜 일상으로 멀어진 부자, 부녀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2부 행사에는 유쾌한 웃음이 있는 놀이마당, 영혼을 아름답게 하는 촛불의식, 자녀를 귀히 여기는 세족식 등이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의 초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촛불의식’과 ‘자녀를 귀히 여기는 세족식’은 숙연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아들이 촛불의식 중 아버지에게 고마운 점 10가지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지켜보던 교사들도 함께 눈물 흘리게 했다. 끝으로 자녀를 귀히 여기는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이뤄진 세족식에서는 무릎을 꿇고 정성스럽게 발을 닦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에 자녀들도 어쩔 줄 몰라 하며 고마워했다.

▲ 내 아이의 발을 씻겨주는 아버지들.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던 아버지와 자녀 간의 과거는 모두 씻겨내려가는 듯 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아버지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둔 아빠로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밤늦게 집에 와서 피곤해 하는 아들에게 칭찬과 격려보다는 핀잔과 잔소리하기 일쑤였다”며 “그동안 권위와 통제만을 강요했고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많이 반성하며 행사를 통해 많이 배웠다”는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고마웠고 기분 좋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자녀와 함께 귀가하는 아버지들을 지켜보던 선생님들도 “토요일 오후를 반납하였지만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태우 교사는 “토요일 오후의 짧지만 감동이 있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녀는 부모에 대해 소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부모는 자녀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자녀를 더욱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기대해 본다”며 ‘특별하고 행복한 하루’의 마침표를 찍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