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짓기보다 운영 지원 시급…조례 제정·민관협의 기구 요청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 다 못한 한글 공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공부방. 오랜 시간동안 주민의 곁을 지켜온 작은 도서관이 맡아온 역할이다. 그동안 민간의 품에서 운영되어 온 작은도서관은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공립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고, 작은 도서관들은 이후 그 운영에 있어서 관변화되가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는 작은도서관의 역사와 역활을 되짚어보고 파주, 부천, 마포 지역의 사례를 들어 성공적인 민관 협력의 공립작은도서관의 운영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였다. 

 


지난 8일 덕양구청 대강당에서는 이러한 작은도서관을 되짚어보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와 고양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경기지부에서 후원한 ‘고양시 작은도서관 발전을 위한 공청회’는 공유선 천일어린이도서관 웃는책 관장, 정종모 파주작은도서관협의회 부회장, 김소희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위탁팀장, 박미숙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의 주제 발표로 이뤄졌다.

 

▲ 공유선 관장천일어린이도서관 웃는책
아래로부터의 도서관 운동

아래로부터의 도서관 운동
공유선 천일어린이도서관 웃는책 관장은 공공도서관의 분관 형식으로 시작되는 도서관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인 아래에서 조금씩 바꿔나갔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과 청년들의 사랑방이자 공부방 역할을 했던 주민도서실과 최규철 가정도서관을 시작으로 어린이도서관운동이 태동했다.

이렇게 민간에서 시작된 도서관 운동의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2002년에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기적의 도서관 운동’이다. 그동안 민간에서 꾸준히 진행해온 작은 도서관, 어린이도서관 운동을 밑바탕으로 해서 매스컴은 전국적인 도서관운동을 이끌어냈다. 

‘기적의 도서관 운동’은 그동안 동떨어져 있던 민관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국민운동으로 기적의 도서관을 지자체들이 받아들이면서 도서관 운영 과정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이렇다 할 기준이 없었던 도서관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정부도 작은 도서관 조성에 관심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2006년에는 국립중앙도서관 산하에 ‘작은 도서관진흥팀’이 꾸려졌다. 김소희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위탁팀장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팀을 이루면서 그동안의 도서관 정책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동안 규모만을 보고 무시해왔던 정부에서 작은도서관을 배우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작은도서관 개념을 두고 ‘작은도서관은 공동이다.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이 정부 정책문서인 작은 도서관 개념집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시작으로 전국에 민간 뿐만이 아닌 공립작은도서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 도서관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 김소희 팀장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위탁팀
책과 고서관을 사랑하는 경험자가 맡아야

책과 고서관을 사랑하는 경험자가 맡아야김소희 팀장은 이러한 활성화 과정 속에서 걱정되는 부분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 예가 바로 새마을 문고였다. 주민과 인접한 도서관으로는 이미 새마을 문고가 있었지만 주민들과는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가’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성동구 작은 도서관의 경우 관리개념을 가진 기존의 도서관에서 규모를 축소해놓은 도서관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프로그램도 문화센터 식의 강좌와 교육중심으로 다양한 엄마들의 품앗이라든가 동아리 활동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김 팀장은 “대민서비스라든가 이용자들의 욕구, 문화의 체험, 실제 책의 내용을 습득해 놀아보고 누려보는 다양한 욕구를 해결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미숙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장은 사람을 중심으로 위탁이 맡겨져야고 말한다. 박 회장은 “그동안의 고양시 7개의 공립 작은 도서관이 ‘공간’중심으로 위탁이 진행되어 왔다면 이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서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을 살펴보면 그 곳을 움직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그만큼 운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고 이들이 ‘도서관’과 ‘책’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보다는 질, 내실있는 지원 필요

예산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소희 팀장은 일년 위탁사업비인 1억2000만원을 마포구 내 작은도서관 네 관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1년 한 개관에 사용되는 위탁사업비는 3000~4000만원 정도로 이는 김 팀장이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민간작은도서관에 비해서 약 50%에 불과하다.

한 도서관 당 장서구입비로 할당되는 액수는 1년에 500여만원 정도다. 어린이도서관과 같이 특성화된 곳이 아닌 어른, 청소년과 같이 이용되는 작은도서관으로서는 어떤 대상도 만족시킬 수가 없다. 

김 팀장은 “한정된 재정이라면 작은 도서관을 새로 짓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도서관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있는 민간작은 도서관을 지원하거나 성공적인 사례의 작은 도서관을 차등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정종모 부회장파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파주시의 경우 작은도서관의 이러한 차등지원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곳이다. 정종모 파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부회장은 “파주시 역시 처음에는 균등지원을 했었지만 우수한 작은 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육성화시켜 그렇지 못한 도서관들의 모범사례로서 확산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고 말한다.

우수작은도서관의 운영사례나 자원활동가들의 활동들, 역량들을 그렇지 못한 도서관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연대함으로써 지역의 도서관 문화를 좀 더 끌어올리고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우수작은도서관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차등지원했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설명이다.

파주시는 목적의 적합성, 시설의 적정성, 자료의 성장, 이용수칙, 현황, 필요성, 절실한 정도, 지속적인 홍보, 재정자립도 등을 평가해서 우수작은도서관을 올해부터 1000만원 운영비를 포함해서 도서구입비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작은 도서관

이처럼 도서관의 필요성과 역할을 사회 전반적으로 펼쳐나가게 되면서 정부에서도 발 벗고 나서면서 수많은 도서관들이 생겼지만 숫자보다도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유선 관장은 “작은도서관이 유기체로 지역에서 뿌려내려 자리 잡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작은도서관. 그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선 작은도서관은 이용자 중심의 정보거점센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서관의 주요이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장서의 종류나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 박미숙 회장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또한 마을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작은 도서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할머니나 어머니, 뜻있는 자원봉사자들과 아이들이 함께 자랄 수 있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평생복지실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작은 도서관은 지역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그 속에서 보육하고 보호하는 역할도 하는 곳이 많다.

공 관장은 평생교육과 관련한 한 교수의 말을 빌려 저소득층, 위기가정, 보호받아야할 아이들을 그 아이들끼리 모아놓고 보호하는 것은 일종의 차등복지이라고 말한다. 그것보다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개방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이웃과 함께 자랄 수 있어야 하며는 그것의 단초가 될 있는 곳이 도서관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쉼터일 수도, 아이들의 공부방일 수도, 엄마들의 모임방일 수도 있다.

공유선 관장은 “사람이 그리고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이 되기 위한 중요한 철학과 가치를 살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노력해온 민간의 노하우나 정신을 지자체에서 받아들여 좋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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