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방통계청 고양사무소장 정해승

사람들은 숫자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슈퍼에만 가 봐도 돼지고기 600g에 9990원, 사이다 한 병에 1140원, 버섯 2묶음에 2980원과 같이 십 원 단위까지 표기된 숫자들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어릴 적에는 ‘사과 두어 개 주세요.’와 같이 두개인지 세 개인지 모를 단위로 이야기 한 적도 있지만 지금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정확한’ 숫자를 말하라는 요구가 들어온다.

곧, 현대의 사람들은 수치화된 숫자들만 신봉하게 된다. 예로, ‘A는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와 ‘B는 99%의 확률로 약속을 지킨다.’의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별 의심 없이 B를 믿게 된다. B가 정말 약속을 잘 지키는지 의심이 가더라도 일단 구체화된 숫자로 말하면 반박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숫자가 일단 당신을 속이려고 작정했다면 당신은 쉽게 속게 될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어느 다이어트 식품이 67%의 효과를 보았다고 광고를 냈다. 그 광고를 본 당신은 그 다이어트 식품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험이 딱 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식품을 믿고 구매하기는 어렵다.

이런 숫자의 거짓을 꿰뚫어 보려면 통계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계의 대상이 어떠하며 대상의 숫자는 어떤지, 또는 평균과 표준편차의 내용이 어떤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통계란 단지 자료를 모아두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분석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통계에 익숙하지 않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양반은 손으로 돈을 만지지 말며 쌀값을 묻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만큼 돈을 만지고 숫자를 다루는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도 통계를 보고 숫자를 따지는 것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국 비평가인 웰스는 “머잖아 통계적인 사고는 읽기, 쓰기와 마찬가지로 유능한 시민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지 못한다고 외면하는 게 아닌 숫자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숫자를 의심하고 ‘왜 이러한 통계 자료가 나왔는지’ ‘이 통계자료는 나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끊임없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수문맹’에서 벗어나 ‘거짓을 말하는 숫자’들 속에서 진주를 발견해내는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다.

또 현재 통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각종 통계자료에 관심을 기울여 나의 요구사항을 드러내고 지금의 통계청이 올바르게 진행하는 것을 끊임없이 점검해보는 것도 ‘통계를 아는 능력’을 기르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정해승 경인지방통계층 고양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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