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8km의 경인운하를 이용할 배는 없다. 국토해양위 백성운 의원은 스웨즈운하는 80km라고 반론을 하던데 통과만 하는 5km라도 좋다. 기종점(起終點)이 되어 짐을 싣고 내려야 하니까 문제이다. 국토해양부 경인운하 추진팀의 노재화 수자원정책관은 경인운하가 ‘인천항의 보조항’이라고 규정했다. 인천항은현재에도 앞으로도 보조항이나 보조터미널이 필요하지 않다. 내항, 남항, 북항, 신항 등 인천항 자체 시설만으로도 과잉이다.

인청항은 2020년까지 7조 2000억원을 투자하여 130개 부두를 건설 중이다. 2011년 인천항의 시설확보율은 105.6%(컨테이너 102.5%)로 과잉이다.  평택·당진항, 군산항, 목포신항 등으로 서해안은 항만이 넘친다. 76km 아래의 평택항은 2011년까지 2조7500억원을 투자하여 52개 부두를 건설 중이다. 인천터미널은 인천내항으로부터 20km 거리로 명백한 중복과잉투자다.

운하는 철도나 자동차가 없던 19세기의 운송로였다. 운하는 21세기의 운송로가 아니다. 저속운항, 하역작업(7단계)의 증가 등으로 비용이 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도 KDI는 경인운하 물동량을  2011년 컨테이너 30만 TEU, 바다모래 633만톤, 철강재 50만톤, 여객 60만명 등으로 예측했다. KDI는 경인운하의 물동량이 모두 인천항 및 평택항에서 전이한다고 보았다. 컨테이너 및 모래의 72%는 인천항에서, 28%는 평택항에서 전이한다는 것이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컨테이너 및 모래가 경인운하로 전이할 이유가 없다.

한중일 삼국의 연근해 해운시장은 그야말로 죽기살기의 혈투를 벌이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다투는 물류시장에서 경인운하는 경쟁력이 전혀 없다. 도선료, 예선료로 300만~500만원이 추가되고, 운하통과료도 지불해야 한다. 수로폭이 좁아 쌍방향 통행이 어려워 스케줄도 예측할 수 없다.

화물선과 여객선은 18km의 경인운하를 다니지 않는다. 운하는 최소한 1000km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것도 천연의 강이어야 한다. 굴착기가 동원되고 돈이 들어가면 운하는 도로나 철도와 경쟁할 수 없다. 이 좁은 나라에는 운하가 맞지 않는다. 전국 어디에서고 자동차로 2시간이면 드넓은 바다에 닿는다. 경인운하는 구조적으로 실패하게 되어 있다.

경인운하가 강행되는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운하집착과 인천사람들의 개발환상이 있다. 인천사람들은 경인운하로 지역발전을 꿈꾸고 있지만 배만 통과하는 운하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에 파헤쳐진 지금의 굴포천 방수로를 따라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인공호수를 곁들여 보트놀이 유원지로 활용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경인운하는 하루빨리 중단해야 할 무용지물의 낭비사업이다.

/임석민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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