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일산복지타운 장애인 13인 사진전 ‘하루’

현대는 미디어시대다. 말과 글로 의사소통을 하듯이, 미디어시대에는 다양한 미디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글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했지만, 현대는 영상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미디어교육은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경제적, 신체적, 지적 장애가 의사소통의 장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는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언어장애, 지적장애 등 크고 작은 여러 장애를 가진 이들과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10주동안 매일 사진 찍기 놀이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아 자그마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장애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세계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

지난달 28일부터 9월 3일까지 1주일간 정글북 아트홀에서 열린 사진전 ‘하루’는 사진 전문가의 전시가 아니다. 바로 장애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전이다. 당연히 사진찍기의 세련된 기술이나 사직 구도의 완성도는 문제시되지 않는다.

온전히 장애인의 눈에, 혹은 마음에 포착된 하루동안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이 앵글에 담겼다. 이번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은 가령 이런 것이다. 점심먹고 나갔더니 어쩌다 마주친 호떡 사먹는 귀여운 아이, 하늘을 바라봤더니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독수리 모양으로 생긴 뭉게구름, 땅에서 솟아나는 물이 하도 신기해 찍은 분수대,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발로 딛고 올라갔으면 하는 동네의 계단…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13명의 장애인들이 전시한 사진은 전문가가 보기에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선택한 사진들이다. 이들은 느리거나 빠르거나 다양하거나 단조로운 하루일상 중 30장면을 무조건 찍었다. 그리고 그 30장 중 딱 한 장면만 골랐다. 전시회에 걸린 사진보다 삭제한 사진 속에 더 좋은 이미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장애인의 손으로 직접 고랐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이 한 장의 사진에 부여하는 의미에 이 사진전의 무게가 쏠린다. 

지적장애와 신체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전복남씨는 오래전부터 간직한 사진기로 아침마다 풍경사진을 찍어왔다. 홀트의 아침풍경이 좋다는 복남씨는 하늘과 구름, 아파트를 찍기도 한다. 그는 연극수업시간에 교실에서 신문지가 배인양 뱃놀이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찍기도 했다. 뱃놀이하는 다섯 사람은 사진 속에서 영원히 웃고 있었다. 

▲ 전복남 작품. 작품명 ‘뱃놀이’. 연극 수업시간에 뱃놀이하는 한 장면. 나무 대신에 신문지로 노를 젓고 모자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홀트 사진반의 대표인 하인섭씨는 자폐증과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언어장애가 있어 다른 사람들이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사진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인섭씨. 그는 직장동료인 일을 잘하는 병학씨의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하늘 속의 구름을 찍기도 하고 길에서 발견한 소나무와 꽃을 찍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에 꽃과 함께 인섭씨가 사진 찍는 모습을 우연히 담은 송혜숙씨는 생일 케잌 앞의 친구 모습이나 예배시간에 피아노반주를 해준 언니를 찍기도 했다. 그가 찍는 사진의 대상은 세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케잌 앞의 친구의 행복, 피아노 연주하는 언니에게서 받은 친근함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 송혜숙 작품. 작품명 ‘생일 축하해’. 몸이 불편해 물리치료실을 다니는 친구 예술이의 생일케익 앞 행복한 모습

그 외 김동현, 김신화, 김영애, 김현군, 박경덕, 박순열, 박지혜, 양준혁, 홍수범, 최행주씨도 그들만의 세계를 사진기로 표현했다. 

홀트복지타운의 이창신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에게 사진 찍는 기술을 교육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일상의 한 장면을 찍어보고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에 치중했다”며 “여기 모인 사진들은 이들에게 있어 찍고 싶었던 삶의 한순간이다”라고 말했다.

▲ 박지혜 작품. 작품명 ‘우리가 만든 콩국수’. 실수할까봐 고민도 하고 어떻게 하면 맛있는 콩국수가 될까 생각도 많이 한 끝에 만들어진 콩국수. 박지혜씨는 ‘정말 생각지도 않았는데 맛있는 콩국수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병우 기자 woo@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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