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코드 드라마 보며 생활 속 인권 배우기

청소년 자녀를 둔 김 씨는 아이와 함께 주말 드라마를 보다가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중학교 3학년인 아이가 드라마 속의 인물을 보며 “웩, 쟤들은 남자끼리 좋아한대. 세상 말세야.”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동성애 코드로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였으나, 그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모습이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김 씨는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을 그다지 꺼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입에서 나온 ‘세상 말세야’라는 말은 아이가 성적 소수자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하게 할 수 있었기에 아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00야, 엄마는 네가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오면 그게 이성친구든 동성친구든 두 팔 벌려 환영할거야. 그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야”라고 슬며시 서두를 꺼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근데 엄만 난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에게 동성애혐오나 성적 취향에 대한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혹 우리 아이가 성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다소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전문가들은 생활 속에서 아동,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 소수자의 문제가 나왔을 때 이를 회피하지 말고 인권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라고 조언한다.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인권의식은 청소년기에 길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교육의 세 주체 가운데 한 당사자인 부모들이 인권문제에 대해 성찰하면 학생들의 인권감수성도 쑥쑥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권교육 필요해
나와 삶의 방식이 다르다고 부당하게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권의 기본정신이다. 그렇다면 이를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인권 문제는 종종 논쟁적인데, 사람마다 가치체계가 다르고 그로 인해 권리와 책임을 바라보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인권교육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한다.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인권활동가는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동성애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성교육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소수집단의 인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체화하고, 더불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적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많은 진보가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질병, 정신질환,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LGBT로서 살아가는 것은 유럽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 LGBT들은 동성애 혐오 폭력이나 차별의 취약한 목표가 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자칫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 정체성이 밝혀진 유명인 롤 모델로 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효과적
전문가들은 드라마의 동성애 코드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또는 지나친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고민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녀의 또래친구들과 소그룹을 형성하여 토론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우선 아이들과 토의에 앞서 부모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을 개인적인 것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취향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 법으로 보호하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성적 취향을 밝힌 유명인사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 정체성이 밝혀진 유명한 사람들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목적은 아이들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데 개방적이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 게이나 레즈비언,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의 용어의 뜻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 동성애 커플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보다는 건강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TIP___동성애란
오직 동성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이성애란 오직 이성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레즈비언(lesbian)은 여성 동성애자를 지칭한다. 게이(gay)는 남자 동성애자를 말한다. 양성애자(bisexual)란 동성과 이성 양쪽 모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란 그들의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경우, 성전환자). 흔히 쓰이는 LGBT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합친 약어이다. 게이나 동성애자, 아니면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증오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동성애 혐오라고 한다.

기본 개념 설명이 끝나면 종이와 펜을 주고 동성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문점과 일반적으로 성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모두 적게 한다. 이는 성에 대한 태도, 특히 동성애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부모는 이 과정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또한 반드시 자기 의사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권장할 수 있다. 혹 아이가 관습에 맞지 않는 말이나 표현,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난 의견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의 의견에 조롱이나 경멸의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여러 명이 참여할 경우 토론자와 관찰자를 나누어 진행하되 일정시간 후에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역할을 바꾸어 진행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여기는” 혹은 생각할 수도 없는 논쟁적 의견이 밖으로 표현되고 주제를 여러 시각으로 철저히 토론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관점 소개 통해 인권감수성 촉진
논의 후 서로 다른 의견을 알아보고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놀랍거나 충격적인 의견이 있었는가? 어떠한 의견인가? 왜 충격을 받았는가? 또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성에 관해 대체로 개방적인가? 우리 자신의 성적 취향은 어떤 힘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사람들의 성적 가치관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자신의 성에 관한 태도가 자신의 부모, 조부모와 차이가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나라에서는 법률과 사회적 압력이 사랑하고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는 개인의 권리 및 인격권과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충돌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등 보다 심층적인 토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 속 인권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는 기술을 길러줄 수 있고, 상호 동의할 수 있는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는 기술을 기를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물론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에 반드시 동의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관점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만도 인권 감수성 촉진에 도움이 된다.


김지량 시민기자 editor1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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