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학교 지역사회 소통 필수…5년전 지원법도 제정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Ⅰ
| Ⅰ. 변화의 힘을 가진 문화예술교육 Ⅱ. 아이를 행복하게, 지역을 살기좋게 (경기도 양평 조현초·세월초) Ⅲ.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예술교육 (일본 공민관) Ⅳ. 아티스트의 도시를 꿈꾸며 (일본 토리데시) Ⅴ.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일본 요코하마시) Ⅵ. 문화예술교육의 플랫폼 (일본 ST SPOT) Ⅶ. 문화예술교육, 고양은 어디까지 왔나 Ⅷ. 고양시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제언 |
항간에는 ‘청소년의 문화공간은 PC방 밖에 없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연극, 음악, 미술, 영화, 애니매이션 등 수없이 많은 ‘문화’가 존재하지만 정작 수요자인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공간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전 세대의 문화예술을 향유 할 수 있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급속한 산업화를 겪어온 세대들과 그들에게 교육받아온 세대들에게는 문화예술의 향유는 그저 사치일 수 밖에 없었고 일분일초를 생존을 위해 임해야한다는 사고에 갇혀있어야 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은 그 사고 속에서 깨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획일적인 교육 정책 위주의 삶 속에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문화를 갖고 이를 누리는 수많은 선진사례들을 목격하면서 회의를 느낀 이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자신은 물론 미래의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를 바꿔가는 힘
문화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의 유무형물을 접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남으로써 흔히 말하지만 흔하지 않는 창의성과 감수성의 성장을 통한 전인교육의 효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함으로써 통합적인 사고와 다양성의 이해, 급격한 사회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문화예술을 접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이에 대한 이해와 소통 능력을 길러주어 사회적 갈등의 축소시키고 문화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며 나아가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보다 창의적인 인재가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점들은 문화예술의 향유가 개인의 삶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 이상으로 그 사회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들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문화예술 향유에도 기초가 필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점을 알고 있다고 한들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즐기고 싶다고 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틀어놔도 소음으로밖에 접하지 못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바쁜 출근길이라도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순간의 음율에 귀 기울이는 이가 있다. 이는 삶 속에 녹아있는 문화와 예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적인 자세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렸을 때부터 문화향유의 방법을 습득하고 창의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배양해야 성인이 되어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이사로서 시작을 함께 해왔던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는 “이러한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문화를 처음 접하게 되는 가정과 처음으로 전문가에게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인 학교, 다양한 잠재적 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2005년,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화예술의 향유의 토대를 제공하여 개개인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하고 같은해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을 제정했다. 이로써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와 함께 학교, 사회, 지역에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지난 5년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예술프로그램, 예술 강사제, 학교축제 지원, 농산촌 폐교활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이루어진 학교문화예술교육과 문화예술회관이나 문화의 집,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문화기반시설과 연계하여 사업을 실시했다. 또한 노인, 장애인, 군인, 이주여성 등 사회취약계층에게도 자신의 삶의 도구로서 문화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장례해왔다.
그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문 예술가를 길러내고 문화시설을 짓는 공급자 위주로 치중해 있었다면 이제는 문화의 소비자, 즉 향유자 중심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지역의 생기를 불어주는 힘
특히 지역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문화예술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둔다. 대부분의 지역이 활성화 전력에 있어서 시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설을 지어놓는다고 하더라도 지역민들이 그것을 수용하고 활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설비의 확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관객을 양성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향유와 문화체험역량을 강화시키고 지역의 잠재적인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비로소 지역의 문화공간이 그 빛을 발하고 나아가 그 지역의 활성화에까지 기여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의 집에서 진행한 ‘어린이 골목 지리 탐험대’는 이러한 문화예술교육과 지역과의 접합점을 적절하게 찾아낸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은 4개월 동안 초등학생 10명이 지역의 골목을 돌아다니며 그 안의 사람들과 사물, 역사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일정기간 전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수직의 공간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수평의 골목을 다니며 자신의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같은 지역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떨어져 있던 이들의 교류를 이끌어냈다. 또한 도시화 속에서 숨죽어 있는 옛 골목에 생기를 불어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북부 문화의 집의 전고필 관장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의 작지만 가볍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찾아 활용하게 된다면 지역의 내제된 자원들의 가치와 의미를 확산시키고 보존하고 전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