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어른을 함께 키우는 학교, 조현·세월초
기 획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Ⅱ. 아이를 행복하게, 지역을 살기좋게
Ⅰ. 변화의 힘을 가진 문화예술교육
Ⅱ. 아이를 행복하게, 지역을 살기좋게 (경기도 양평 조현초·세월초)
Ⅲ.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예술교육 (일본 공민관)
Ⅳ. 아티스트의 도시를 꿈꾸며 (일본 토리데시)
Ⅴ.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일본 요코하마시)
Ⅵ. 문화예술교육의 플랫폼 (일본 ST SPOT)
Ⅶ. 문화예술교육, 고양은 어디까지 왔나
Ⅷ. 고양시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제언
“학교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던 아이가 오늘은 무용을 배웠고 어땠다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자신감이 생겨 자신을 표현하거나 발표력이 늘었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있어요.”
4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정정훈씨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조현초등학교(교장 이중현)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변한 자녀에 대해 말한다.
조현초등학교는 지난 3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 98명의 소규모 농촌 학교였다. 점차 도시로 빠져나가는 가정이 늘고 정부의 정책으로 소규모학교, 작은학교의 통폐합 논의가 있을 때마다 행여 학교가 폐교되지 않을까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전전긍긍해야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2010년 8월까지 학생 수 186명, 조현초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서는 실제로 양평에 거주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한명씩 전입해오는 학생 수가 늘고 있다. 작년에는 경기도 교육지원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이목이 집중되는 학교가 됐다.
“한 세대 전체가 학교를 위해 이사를 옵니다. 아버님들 같은 경우 왕복 3~4시간의 출퇴근 시간도 불사하고 있어요. 오히려 힘들어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조현초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조경남 교사의 말이다.

이곳의 변화는 2008년부터 ‘조현교육가정 9형태’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9월 교장공모제를 통해 부임한 이중현 교장(55세)은 ‘획일성’을 그간의 공교육의 문제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나름대로의 형식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나갔다. 디딤돌, 다지기, 발전, 통합, 문화예술, 생태, 창조학습과 동아리, 어울마당으로 이뤄진 특별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9가지 교육과정에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단 한가지로 채택되어 있지만 그 비중이나 중요성, 시간 분배로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우리 학교는 교과 내용을 진행하면서도 그 내용을 문화예술교육의 관점에서 재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68시간의 정규 수업 가운데 12시간은 국가수준의 교육목표를 달성하는 범위 내에서 뮤지컬 등으로 바꿔 아이들이 활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정규 수업시간 외에도 문화예술학습을 통해 1학기 디자인과 무용, 2학기 연극과 뮤지컬을 전 학년이 진행한다. 동아리 특별활동 역시 문화예술이 주를 이룬다. 생태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창조학습과 동아리 학습, 통합학습을 통한 인형극과 축제 공연, 초청 공연 관람까지 합한다면 아이들은 실제로 많은 시간을 문화예술과 함께 하고 있다.
자신감과 호기심을 갖게 된 아이들
2007년 변화하기 이전에 잠시 떠났다가 2009년 다시 부임해온 조경남 교사는 이와같은 교육과정 속에서의 아이들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낀다.
“예전에는 할 일이 없고 놀거리가 찾지 못해 무력감에 빠져 고개가 쳐져있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돌아온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생동감과 호기심이 많아지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호기심이 많아지니 수업시간에는 늘 질문이 오가며 재미있어진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변화는 학부모들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최영식 연구부장은 “문화예술교육이 도입되면서 학력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지역에서의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전입해오는 분들이 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안정감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조현초교의 교육을 통한 변화는 학교 안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만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3년째 학예회와 가을 운동회가 아이들과 학부모, 지역의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진행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생소하게만 받아들였던 지역 주민들 역시 학교가 공부만 가르킨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정화씨는 “실제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문화예술체험학교를 준비하려는 학교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주겠다는 마을도 있었고 함께 동참하겠다는 분도 계셨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폐교 위기가 입·전학 문의 쇄도로
같은 양평군 강상면의 세월초등학교(교장 윤영택)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56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지만 이제는 100명에 육박하는 숫자가 되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은 하루에도 2~3건의 전입학 상담문의가 들어와 교무부장교사가 매일 학교에 출근해야 할 정도였다고. 이러한 변화에 대해 남궁혁 교무부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학교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문화 교육 위한 교사들의 고민
세월초교는 2007년 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문화예술교육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남궁혁 교무부장은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문화예술교육의 기능 중심으로 치우쳐있다면 세월초교에서는 문화에 가까운 교육을 펼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강사가 와서 혼자 가르치고 끝나는 형식이 아니라 담임교사가 함께 참여해 아이들 한명 한명의 개별성과 소통하는 문화교육을 실시합니다. 연극 수업을 할 때에는 담임교사가 예술 강사의 활동을 함께 바라보며 수업이 끝난 후에는 아이의 행동과 그 원인에 대해 논의하는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고민은 시작뿐만 아니라 진행 중에서도 계속 되어 오고 있다. 각 수업 외에도 매주 월요일 수업이 끝난 후에는 교사연구모임을 가진다. 추계예술대 정원철 교수와 세월마을학교축제운영위원회 기획위원이자 세월초 문화예술 코디네이터직을 맞고 김지연씨가 전문가로서 함께 참여해 교사의 시각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
학교 축제를 마을의 축제로
세월초등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은 마을과의 소통에도 큰 중점을 두고 있다. 2008년에는 ‘마을을 배우다’라는 주제로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비어 있는 집을 찾아가 버려진 물건들의 배치를 바꿔보거나 아이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으로 빈 집을 작은 미술관으로 꾸민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몰랐던 마을의 ‘달인’들을 찾아가 교과 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 수업을 진행한다. 남궁혁 교무부장은 “마을의 작지만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그런 것들을 교육과정으로 끌어들이는 수업을 진행해왔다”고 말한다.
또한 마을을 공부한다는 것이 학교 안에서 한정된다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마을과 함께하는 축제를 준비했다. 이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신들과 여러 차례 설명회를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1년여 간의 준비를 통해 아이들과 주민, 학부모, 선생님이 다 함께 무대로 올라가 마을의 이야기가 시나리오가 되는 공연을 열었다.
문화예술교육과 지역이 만나는 이러한 활동은 마을을 바꿔놓았다. 남궁혁 교무부장은 “이제는 학교의 문턱을 낮춰 서로 소통하는 분위가가 조성되었다. 학부모들이 학교 도서관 사서를 자원해 나선다”고 말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