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 학교신문 콘테스트’ 심사평
문자매체에 대한 푸대접 현상이 날로 심해지는 현실에서 미디어의 최후 보루인 신문을 지키려는 노력이 마을민과 학생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서 신문 제작을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아마추어 기자들의 풋풋한 어설픔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성인들이 바쁜 틈에 여가를 이용하여 만드는 마을 신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각급 학교 의 신문반 학생들이 과외활동으로 만드는 학교 신문이 독창성보다 형식미에 치우친 것은 학력 중심의 규격화된 우리나라 교육의 한 단면처럼 보인다.
채점 포인트는 내용성과 참여도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 지면 메뉴들이 해당 신문에 걸맞게 충실한 내용인지 짚어 보고, 게재된 기사들이 독자의 관심권에 잘 맞추었으며 기사를 쓰거나 지면에 등장한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 여부를 우선적으로 체크했다. 전문가의 손에 맡겨지는 편집이나 편집장이나 지도교사 등 몇 사람의 손에서 걸러지는 문장력 등엔 배점을 최소화 했다. 독창성 부문에도 20%를 배정했다.
마을 신문이나 학교 신문 모두 지면이 보기 좋았다. 디자인이 깔끔했으며 그래픽도 다양했다. 이들 보기 좋은 지면이나 그래픽들이 편집장이나 학생기자들의 작품이라면 경탄할 일이지만, 전문 편집회사측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중고교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잘하는 학생들이 많을텐데 만화를 제외하면 이들의 작품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마을지도자나 학교장의 인사말이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도 거슬린다.
대상을 받은 마을신문 ‘주엽소식’ 과 학교신문 ‘아름다운 중산’은 내용과 참여도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두 신문은 ‘읽을거리가 많아야한다’는 신문제작의 대 원칙에도 충실했다. ‘주엽…’은 마을 신문에 걸맞게 다양한 필진에 생활정보가 풍부했고, 중산고교 신문 ‘아름다운…’은 기사의 메뉴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에 비판적인 시각까지 곁들여 눈길을 끈다. 참여도 부문에서는 초등학교 신문들이 마을신문이나 중고교 신문을 압도했다. 고사리들의 재미있는 웨침들이 귀엽다. 앞으로는 조잡스럽더라도 기자들이 직접 지면을 꾸미는 마을?학교 신문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임준수(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