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이른 아침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일까? 서늘한 공기가 팔에 와 감긴다 했는데. 이런, 새벽 3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백운대를 접수하고 온 팀들도 있단다. 촉촉한 백설기의 감촉을 혀끝에서 목젖으로 마감하며 고양올레길 만드는 사람들이 답사한 길의 대장정에 오른다.

창릉천을 끼고 걷다가 산으로 접어들어 앞 사람들을 따라 가느라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 중들이 많이 다녔다고 해서 중고개란 이름이 붙었다는 산길에서 황희 정승 자손들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지금은 예술인 마을을 이루고 있다고.

땀을 식히고 얼마 되지 않아 산길이 가파르다 싶었는데 시야가 탁 트이며 저 멀리 북한산이 늠름한 위용을 드러낸다. 오송산 정상. 사람들은 절로 포즈를 잡는다. 삼송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앞에 보이는 길이 옛 관서대로라는 설명을 들으니 평범한 길들 위에 중국을 오가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잊었던 전설처럼 되살아난다.

신도동 주민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대학생 같아 보이는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기쁨터 주간보호센터의 공익 근무요원으로 자원했다고. 가족이 돌볼 여력이 없는 장애인들을 낮 동안 보살펴주는 특수시설이란다. 수업을 통해 소일거리도 제공하고 재활도 도우며, 운동을 지도하기도 하는 교사와 복지사들을 보조하는 일 중 자신은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고.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유성민씨(23세)는 수줍게 웃으며 괜찮다고 한다.

덕양구청 앞마당에 혼자 앉아 막 숟갈을 드는, 비슷한 연배의 주부 옆에 넉살좋게 자리 잡는다. 파주교육청 영재교육원에 근무하는 최윤서씨는 길이 좋았다고. 올해 영재고가 3개 더 생긴다는 소식을 전하며 식사가 맛있단다. 식사를 마칠 때쯤이야 막걸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거 유명한 배다리 막걸리네.” 두병을 집어 와 나누어 마셨다. 땀 흘리고 난 뒤 막걸리는 그저 그만이다.

백마 공원에는 중년배의 사물놀이 연습이 한창이다. 마두역을 지나니 바로 호수공원이다. 북한산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쉬는 곳이다. 이번 고양시 올레길이 물길을 발로 체험하기 위한 행사였다면 물이 얼마나 수고로운 여정을 거쳐 우리와 함께하는지 십분 헤아려졌다. 그래서 호수가 고마운 것도.

풋풋한 풍물놀이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세원고 학생들이 뺨에 물이 오르도록 공연을 하고 있다. 소리 사이,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도, 어울리지 않아도 아름답다. 입고 있는 옷의 색깔만큼이나. 연지와 자주를 섞어놓은 듯한 그 빛깔. 아까 본 꽃사과 색깔이랑 흡사하다.

걷기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어쩐일인지 다들 선량해 보인다 했더니, 적십자사, 문촌7사회 복지관, 봉사 센터, YMCA, 명지병원, 복지 연합회, 통일로 와이즈맨 클럽, 카네기 총동문회, 동생에게 1등 완주를 양보한 형까지. 퀴즈도 흥미로웠고. 정성껏 마련한 경품들이 제 주인을 잘 찾아가는 것 같아 마무리까지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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