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의 골목상권 진출은 영세상인의 터전이었던 지역 유통산업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으로 전문 마케팅 기법이나 자금력 카드 수수료 등 각종 불리한 조건 속에서 가족경영 형태로 영위해 온 자영업자들의 가정해체를 촉발할 것이며 잠재적 실업 상태의 자영업자를 실직으로 내모는 계기가 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SM과 관련 기업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음이 국정감사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외국계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가 SSM 규제법 통과 저지를 위해 영국과 한국 정부에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관련 국내 업계 또한 그 기간 동안 대폭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만일 업체의 로비가 사실이고 그 압력에 굴복하여 정당한 법안심사를 고의로 회피, 지연시켰다면 또 연루된 정부와 정치권 인사가 있다면 반국가적이고 매국적 행위에 대하여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을 명해야 하는 것은 양심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의무일 것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상생법' 등 2개 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처리되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임에도 한-EU FTA 등 온갖 구실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최소한 우리는 국제역학관계 속에서 정부가 고심하며 대책을 마련중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이 또한 진실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업계의 로비 결과라는 사실에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국민으로서 느끼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가와 정치권을 상대로 국익을 팔아먹고 자존심을 짓밟은 책임을 물어 배상을 요구하고 국민 모두가 스스로의 권리 수호를 위해 나서야할 때라고 격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이라는 말 앞에 개인적인 이익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정부의 현명한 대책과 조기 법안 통과를 기다려온 수많은 영세유통업자들에게 한갓 "로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국가가 입이 있다한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추태요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 본인의 의안 검토요청에 경기도의회 입법담당관은 상위 근거 법률이 없어 SSM 규제 조례를 제정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한 바 있고 작년 본인의 조례제정 요구 민원에 대하여 고양시와 정부는 법안 계류 중이라는 답변을 해온 바 있다.  정부는 로비에 막혀 지방은 정부가 법률을 제정하지 않아서라는 핑퐁 게임을 언제 그만둘 것인가. 상위법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은 그 때까지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업계의 로비 등으로 법률제정이 지연되고 있었다면, 보이지 않는 압력에 국민이 원하는 법률안을 마련할 수 없었다면 국민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국가가 자본권력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면 그에 대하여 독립을 선언하고 싸워야 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다. 이것이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고도 자치단체가 임의로 조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과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광주에서 제정하였고 많은 지자체가 준비 중인 SSM 규제법 제정을 정부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업체의 로비 등으로 방향성을 상실한 정부와 국회에게, 예산안과 연계하며 당리당략의 정부와 정치권에게  더 이상 영세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맡길 수는 없다. 누군가 어디선가 먼저 나서야 한다.  년내 반드시 국회와 지자체 모든 부분에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한목소리로 속도있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관련업체와 외국의 눈치만 보며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2008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449개의 SSM이 신규로 설립되어 전국에 총 802개의 기업형 슈퍼마켓이 영업 중에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14곳의 SSM이 추가 설립된 것이며 그 과정에서 힘없는 영세자영업자가 20,000개 이상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업계가 얼마나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 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대기업의 유통업 독식은 장차 한 나라의 경제체제를 몇몇 대기업이 좌지우지 하며 지역의 현금을 고갈시키고 생산과 소비구조를 왜곡할 뿐 아니라 자영업이 담보하고 있는 수십 만 개의 일자리 상실로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존재 이유는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다.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공공 영역까지 넘본다 하더라도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까지 침해할 수는 없다. 국민만을 바라보며 무엇이 국익인지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인의 자세이며 가야할 길이라 믿는다.  외국 자본의 로비에 놀아난 영세자영업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관련 조례안을 심도 있게 마련, 시급히 처리할 것을 분명히 약속해야 할 것이다.

SSM 규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정부와 정치권은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않될 것이다. 수십만 자영업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이 어떻게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자영업의 기반이 주민과 애환을 같이 해온 골목상권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조속한 법제정을 지자체와 정부에게 다시한번 촉구한다.

이재준/경기도의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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