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찰·시민·예술가 모여 가꾸는 거리

 

▲ 코가네초 바자회 마스코트

 기 획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Ⅵ.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②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다지다 Ⅵ. 역사를 담은 요코하마시의 변화 ②

 

Ⅶ.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Ⅷ. 문화예술교육, 고양은 어디까지 왔나

 

어두운 환락가를 장터로 탈바꿔
9월의 요코하마에는 ‘오픈 요코하마’가 열린다. 2009년 개항 150주년을 맞이해 가진 행사를 통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올해 1회를 맞는 지역축제다. 일정 기간 동안 지역 내·외부 사람들이 방문해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요코하마의 역사적인 건물들을 집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행사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코가네쵸 바자회’였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코가네쵸 바자회는 히가시노데쵸와 코가네쵸 두개의 역을 잇는 선로 아래의 상점가에서 이뤄진다. 이곳은 요코하마시에 있어서 어두운 일면이었다. 1925년부터 마약 매매뿐 아니라 250여 개의 점포를 두고 성매매춘이 성행한 우범지대였다. 어두운 거리를 보며 매일 노심초사해 온 시민과 경찰, 시가 2008년 환경정화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힘을 합쳤다.

▲ 코가네쵸 바자회. 매춘이 성행하던 곳이 이제는 예술과 시민의 공간으로 변화했다.

시에서는 건물 임대나 시설정비를 통해 여건을 조성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점포들을 구입해 놓은 상태이다. 주민들은 바자회 기간 동안 자신의 물건을 갖고 나와 판매하면서 일반 시민이 거닐 수 있는 밝은 공간으로 만든다. 지역의 예술가들은 매매춘이 이뤄진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바꿔놓거나 그곳을 직접 작업실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예술가들은 바자회 기간 동안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해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 연주회
9월 10일 요코하마시청에서는 ‘오픈 요코하마’ 개막식과 함께 ‘요코하마 시민 프라자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매년 시청에 열리는 시민 중심의 무료 연주회이다. 1970년 시와 지역의 예술가들이 협력해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며 시작한 연주회는 40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이 중심에 서서 주도하고 있다.

연주회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각각 두 달동안 매주 화, 금요일 12시 10분부터 12시 50분 동안 이뤄진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이나 시청 직원들도 함께 연주를 감상하는 기회를 갖는다. 연주회를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시청을 찾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요코하마 시민 프라자 연주회는 초기에는 시에서 연주자를 지정하는 식으로 이뤄졌으나 지금에 와서는 시민들이 직접 팀을 구성해 자체적으로 연주회를 갖는다. 요코하마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을 중심으로 2년에 한 차례 오디션을 보고 여기에 합격한 이들이 연주가 가능한다. 올해 오디션에만 약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에서는 시청 로비를 이용하도록 하고 교통비만을 지급한다. 나머지는 순전히 연주자 본인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 시청 로비에서 이뤄지는 ‘요코하마 시민 프라자 연주회’. 40년의 역사를 갖고 시에서 시민의 손으로 넘어온 뜻깊은 자리이다.


이날 두 명의 시민이 팀을 이룬 오보에 협주곡이 울려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잡는 시청 한 곳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케이코 치코(62세)씨는 “매일 집에만 있기보다 더 즐거운 생활을 하기 위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특히 연주회가 있는 날은 일일이 일정표를 갖고 다니며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예술·도시와의 관계 찾아 함께 고민
요코하마의 예술문화 관련 비영리단체의 활동 역시 활발하다. 허물어져가는 창고를 활용해 요코하마시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거점으로 활약하고 있는 ‘뱅크아트1929’가 그 중 한 곳이다. 뱅크아트는 이케다 오사무 대표를 비롯한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으로 요코하마의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을 활용해 예술공간을 창조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2004년 요코하마시로부터 한 창고를 활용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지금의 뱅크아트의 중심으로 갤러리, 샵, 레스토랑, 교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이다.

올해로 3번째 지원사업을 연장하여 운영해 현재 7년째 해를 맞는 현재 뱅크아트가 운영하는 건물은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 외에도 다섯 곳을 더 있다. 대부분 옛날 건물을 예술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해 전시회나 카페, 교육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예술가 혹은 예술과 시민이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뱅크아트에서는 2개월 간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인 ‘뱅크아트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한 개의 강좌를 8회 기준으로 갖는다. 이제까지 199개의 강좌가 열렸고 게스트를 포함해 일본 내에의 유명 건축평론가나 아트평론가, 무대예술가, 사진, 댄스, 방재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로 구성된 570여명의 강사이 이곳에서 수업을 가졌다. 학생 역시 구청장부터 시작해 대학교수, 일반학생, 노인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구성의 2900여명이 뱅크아트스쿨을 거쳐갔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이나 강사들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보다도 서로 교류하며 프로젝트를 구성해 무가지를 만드는 등의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이케다 대표는 “이들 강사와 학생들은 예술과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무엇을 해나가야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직접 거리로 나가 그 해답을 찾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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