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청소년 범죄, 대책마련 시급
16세 범죄, 전체 청소년 22.2%…외면말고 적극적 관심가져야
최근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소재 은빛공원에서 발견된 여고생 변사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충격이 크다. 도심 속 공원에서, 더욱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남성이 16세 청소년이라는 데에 시민들의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고양경찰서는 지난 29일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시비가 되어 인근 공원에서 말싸움 중 김모양(16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은닉한 김모군(16세)을 검거, 구속했다”고 밝히고, 여고생 사망이 동갑내기 김모군과 말다툼 끝에 일어난 우발적 살인에 의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아직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어 판결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피해자 김모양, 피의자 김모군, 김모양의 여자친구 양모양(16세), 양모양의 애인인 마모군(17세)은 지난 9월 30일경부터 화정동의 지하 원룸에서 함께 생활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인근 빨래방에서 자주 술을 마셨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청소년 탈선과 비행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최근 청소년 범죄의 수위는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으며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다양하고 빈번하게 들려오는 청소년 탈선과 비행사건을 접하면 마치 폭력과 범죄의 그림자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어둡고 일그러진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는 기성사회의 복사판이요,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저연령화, 여자 청소년 범죄율도 증가
최근 들어 청소년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의 일탈, 비행의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해를 끼친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단순 절도·폭행 등으로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청소년 범죄가 과거에 비해 훨씬 잔혹해지고 흉포화되고 있어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까지 잇따르고 있는데다 범행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대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져 가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1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비례)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소년 범죄사범은 총 9만2643명이었으나, 지난해는 13만4155명으로 2006년에 비해 45%증가했다. 청소년범죄율이 지난 2006년에 비해 45%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1055명이었던 흉악범 수도 지난해에는 1844명으로 증가했으며, 성폭력범은 2006년 1706명에서 지난해 2195명으로, 마약사범도 2006년 188명에서 지난해 547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밖에 청소년 범죄 재범율도 최근 3년간 19.5%했지만, 청소년범죄 사범에 대한 검찰 기소율은 2005년 17.7%에서 지난해 5.9%로 하락했다.
특히 청소년 범죄의 중요한 변화로는 나이가 어린 청소년 범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발간한 ‘2009 아동청소년백서’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전체 청소년 범죄에서 19세 소년의 범죄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16세 소년의 범죄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도에는 16세 소년의 범죄가 전체 청소년 범죄의 22.2%를 차지했다. 14세 미만 청소년 범죄는 2007년 499명에서 2008년 3482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소년법 개정(2008년 6월)으로 소년 하한연령이 기존 12세에서 10세 이상으로 낮아져 그동안 통계에 포함되지 않던 10∼11세의 범죄가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청소년범죄의 남녀비율은 예년에 비해 여자 청소년의 범죄가 크게 증가하여 전체 청소년 범죄의 20.2%를 차지하였다. 지난 5년간 학생범죄 건수는 2007년부터 증가 추세에 있으나 전체 소년범죄 대비 학생범죄 구성 비율은 2006년 63.1%, 2007년 59.8%. 2008년 57.6%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2008년에는 전체 범죄 건수 중에 16세 소년의 범죄가 22.2%에 달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이어 17세 19.8%, 15세 18%, 18세 16.3%, 19세 9.4%의 순이었다.
일탈 청소년, 범죄 노출 많아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실시한 청소년 대상 인식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가출, 폭력 등 일탈·비행 문제가 1위로 꼽혔고, 2008년 청소년 상담전화 건수에도 학업 문제 다음으로 일탈·비행 문제가 가장 많았다. 청소년 범죄 문제는 사회환경과 무관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TV와 영화, 인터넷에는 폭력과 살인·강도 ·자살 등 범죄 관련 정보가 범람하고 어디서나 누구나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이 늘고, 이혼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도 심화되고 있다. 학교는 성적지상주의의 함몰돼 인성교육이 실종된 지 오래고, 심지어 교실이 범죄현장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시기에는 모방 심리가 강해 폭력성이 짙은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고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의 체계적인 교화 프로그램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교화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또 다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는 적절히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이를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표출해 결국 범죄를 저지르는 양상을 띄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강력범죄 증가와 관련해 “청소년들의 분노와 욕구불만이 점점 더 심해져 가기 때문”이라며 “이혼 급증 등 가족 해체 현상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아이가 많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청소년들을 비행의 길로 쉽게 들어서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분노와 욕구불만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의 과도한 학업 요구, 가정불화, 가정 폭력과 같은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원인 진단을 했다. 또한 “학교 부적응과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이 꺾여 나가는 정도가 과거보다 심해져 청소년들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일탈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불만이 많고 분노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상담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고 지적하고, “비행성 평가를 통해 청소년들의 심리적 부적응 정도와 공격성, 반사회성, 경계선 성격 등에 대해 진단하고 문제 청소년들을 조기 발견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 적절한 진로 모색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들이 일찍 자신의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정도 자녀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청소년들의 범죄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이에 대한 사회적인 주목은 ‘반짝 관심’으로 끝나기 일쑤다. 청소년 범죄는 우리사회에 던지는 강력한 경종이다. 학교폭력을 넘어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흉악범죄가 10대 청소년들에게 확장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매우 우려할 만한 증상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법기관과 국가, 사회단체가 모두 나서 사회적·제도적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한다.
우리의 자녀가 청소년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모두가 감시자로서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화정 은빛공원 인근의 한 주민은 “이번 여고생 변사체 사건에 연루된 남녀청소년들이 빨래방에서 자주 술을 마시는 모습을 목격하고 주변 상가 주인들과 이들을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미뤘는데 그때 신고했더라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안타깝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범죄 피해 목격시 방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인 범죄 신고를 하는 시민들의 자세가 절실한 이유다.
김지량 시민기자 editor121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