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 실현은 ‘거버넌스 체제’를 통해서다. '거버넌스 체제'란 6.2지방선거에서 고양무지개 연대와 야5당이 정치적으로 약속한 내용 중 하나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그리고 창조한국당과 고양시민회, 고양여성민우회, 고양환경운동연합 등 20여개 지역 시민운동단체들은 선거승리를 위한 선거연합, 정책연합, 공동정부를 합의한 바 있다. 거버넌스 체제는 2010년 5월 맺은 정치협약의 핵심 내용인 것이다.

‘거버넌스 체제’의 목적은 “깊고, 넓고, 효율적인 참여”이다. 깊다는 말은 정보의 공개 대상이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것을 의미한다. 넓다는 의미는 참여의 폭과 대상이 확대되어 그동안 소외되어온 소수자들이 시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이라 함은 ‘현장 효율성’으로서, 지역의 정책은 지역의 주민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정확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 효율성에 의한 예산편성과 집행은 예산의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다.

‘거버넌스 체제’는 고양무지개연대와 야5당이 협약한 ‘10대의제 100대 정책공약’의 행정자치분야와 ‘공동시정운영을 위한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구성은 크게 4부분으로, 1) 시민사회 및 정당 참여조직, 2) 지역별 주민참여조직, 3) 분야별 주민참여조직, 4) 고양시정운영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다. 

먼저, 시민사회 및 정당참여조직은 야권연대에 참여했던 지역시민운동단체와 야5당이 공동정부의 한 주체로서 시정에 참여하는 장치이다. 이 조직은 고양무지개연대 혹은 고양무지개연대의 권한을 계승한 시민사회조직이 시민사회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 정책의견을 형성하고 고양시에 표출하는 기능을 한다.

둘째, 지역별 주민참여 조직이다. 고양시에 존재하는 3개 구와 39개 행정동을 활용하여 주민참여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각 동은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고, 인구가 5만명 이하로 직접참여의 실현단위가 된다. 39개동 중 내부 주민들의 의사와 형편에 따라 모범동을 선정하여 우선적으로 주민참여의 제도적 장치를 적용한다. 모범동을 성공사례로 점차적으로 확산시켜 모든 동에 주민참여조직을 만든다. 동차원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대표적 조직은 ‘자원 활동 시민단’이다. 모든 주민은 시민단에 자발적으로 제한없이 가입할 수 있다. 시민단은 분기별 혹은 반기별로 ‘마을회의(town meeting)’을 한다. 마을회의는 동의 중요한 사항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결정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주민자치위원회’이다. 동별자원활동시민단, 타운미팅 그리고 개선된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하는 동들이 모여 고양시 전체 지역별 주민대표를 선정하고, 이들은 고양시정운영위원회의 지역별 위원이 된다.

셋째, ‘분야별 주민참여 조직’은 고양시청의 과를 단위로 주민의 참여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시청에는 총무과, 기획예산과, 환경보호과, 도시계획, 복지, 여성, 보건 등 직제구성과 분장업무에 따라 30여개의 과가 있다. 각 과는 조례에 의해 수많은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1년에 1번도 열리지 않는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있다. 또 열리더라도 비공개로 정책결정을 하는 위원회도 있다. 소위 전문가와 공무원들의 전유물로 된지 오래다. 최장집교수의 표현으로 ‘기술적 경영주의’ 혹은 ‘기술적 관료주의’화된 위원회는 주민들의 참여기구라 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고 모든 과에 주민참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 ‘분야별 주민참여 조직’이다. ‘과별 자원활동 시민단’을 구성하되 역시 주민의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고 행정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다음은 ‘과별 정책협의회’로서 각 동의 주민자치위원회와 같은 기능이다. 7명은 시장과 담당과장이 위촉하고, 8명은 과별 자원활동 시민단 중에서 추첨한다. 과별정책협의회는 과단위의 타운미팅도 실시하며 고양시정운영위원회에서 분야별 대리자 역할을 할 위원을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고양시정운영위원회(위원회)이다. 위원회는 야권연대의 공동공약을 추진하고, 주민참여조직을 통해 제안된 정책을 협의하여 고양시의 정책이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정책이 되도록 한다. 또한, 주민참여조직의 운영과 관련, 조례제정을 통한 제도적 지원, 교육을 통한 참여역량강화, 주민참여의 운영상황을 점검한다. 위원회의 위원들은 임기가 있고 소환의 대상이며, 회의의 공개를 통한 월권 방지 등 민주적 통제장치를 만든다. 

‘거버넌스 체제' 실현을 위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원리의 정확한 실현이다. 최근 고양시가 주최한 타운미팅에 참석한 주민에 따르면, 회의 시간이나 운영방식이 과거 강현석 시장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타운미팅은 주민들이 스스로 의제를 정하고 결정을 내온다. 정보가 제한되며, 시간과 장소 등 참여가 어렵고 객체화된다면 타운미팅이 아니다. 주민참여를 관통하는 원리는 공무원은 보조자, 주체는 주민이라는 것이다. 둘째, 제시된 제도들은 각 동의 여건에 맞게 규모나 방법 그리고 내용을 주민들이 스스로 해석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구체적인 주민참여조직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회의운영방법(시간, 장소, 회의록)을 만들고, 고양시정운위원회는 행정적 학술적 전문적 자료와 정보 그리고 경험을 제공하고 지원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민의 참여역량이다. 참여역량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얻어진다. 경험은 시간이 해법이고, 교육은 시차원에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을만들기 사례의 전형인 전남 순천시 경우에도 초기에 교육을 통해 시작되었다. 주민자치교육을 위해 고양시정운영위원회는 ‘주민자치 아카데미’개설을 2011년 예산사업으로 제안하였다. 각 연구자와 경험자들 또 경험지역의 도움을 얻고,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교육내용과 과정을 만들어 실시하고자 한다. 

이종구 위원장을 비롯한 시정운영위의 시민사회대표들이 엄혹한 현실 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줄기가 보이길 기대한다. 이 과정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여러분들이 주민참여를 지탱해주는 힘임을 다시 확인하며, 모두의 힘과 뜻이 모인 정책들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김범수/ 전 고양시의회 의원 시정공동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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