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가 복지예산을 기초로 한 128억원의 사업비와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10일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그러나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가 마련한 프로그램과 전체적 운영 행태를 살펴보고 지역장애인들은 놀람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다. 지역의 장애인들이 아무 때나 마음 놓고 생활 체육을 즐기고 건강을 위해 땀을 흘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었던 장애인 체육관이 비장애인을 우대하고 장애인은 구색 맞추기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런 사실은 개설된 프로그램 수와 시간대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전체 프로그램 수는 장애인 28개 비장애인 30개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학부모의 항의로 일부 시정하고 노인프로그램을 장애인 프로그램으로 멋대로 분류해 놓은 결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전체 이용자 수로 비교하니 1597명과 280명으로 장애인 이용자는 15%에 불과하다. 이용자 수도 문제이지만 그나마 있는 장애인 프로그램도 비장애인 프로그램에 비해 시간대 선택의 제한이 많아서 한정된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등 불편함이 많다. 이게 무슨 장애인 체육관인가? 장애인은 그냥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의 운영 문제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는 개선이 요원하다. 전국의 많은 장애인 스포츠 시설들이 대동소이 하게 운영되며 결국에는 비장애인 천지가 되는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근본적인 인식전환이란 장애인은 치료 받아야 하고 재활을 해서 비장애인과 같아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재활과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이 있지만 대부분의 장애인은 그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는 이름부터 재활을 표방했으며 모든 장애인 프로그램을 이런 인식의 바탕에서 만들어 운영하려 하고 있다. 수영 증 일부는 재활이나 치료에 부합할 수도 있지만 재활농구, 재활탁구, 재활헬스라는 프로그램명을 접하면 정말 쓴웃음만이 남는다. 장애인은 심신의 건강과 취미를 위해서 운동하면 안 되고 모든 운동 활동이 재활이란 말인가?
이런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장애인 프로그램을 늘리라고 요구하면 분명히 그들은 수요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수요는 세밀한 수요조사와 연구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장애인 스포츠 = 재활’이라는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늘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에 머물러 버리고 마는 것이다. 장애인 체육시설로 만들어 졌으면 그동안 기회나 여건이 안 되어 스포츠 활동에 주저하던 장애인을 밖으로 끌어내는 적극적 유치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는 장애인 시설이 아닌 그냥 저렴한 스포츠 센터가 생긴 것으로 비치게 하여 비장애인 유치에는 적극적 이었지만 장애인 프로그램 이용자 모집과 수요조사는 소홀히 하여 주객이 전도되어 운영이 되게 만들었다.
더욱 어이가 없는 사실은 비장애인은 인터넷으로 바로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이용이 가능했지만 장애인은 센터를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시설이 누구를 더 배려해야 하는지 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장애인체육관이 장애인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항상 듣고 소통하려는 준비된 자세를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를 일부 장애인만의 목소리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 이 성명서는 끝이 아니며 우리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때까지 다양한 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이에 우리의 요구를 요약하여 밝힌다.
첫째, 장애인은 재활의 대상만이 아니며 치료만을 위해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세밀한 욕구 및 수요조사를 통한 다양한 생활스포츠 프로그램 마련하라.
들째,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는 장애인이 우선하여 이용하는 시설임을 대내외에 알리고, 근본적으로 이름을 변경하여야 한다. 또한 원래 목적에 맞게 장애인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50% 이상이 되게 하라.
셋째,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시설을 개선하고 인력을 보충하여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게 하라. 넷째, 장애인의 이용료를 인하하라. 다섯째, 프로그램별 정원, 대기자 수 등 여러 가지 결정사항이나 정보 등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되게 하여 센터 운영의 신뢰를 높여라.
(사)경기장애인인권포럼,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양시민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