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천안함 침몰 사건과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진 뒤에 우리 측 대응이 미흡 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군 운용과 지휘에 아쉬운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렇게 된 원인을 군미필자들의 군 지휘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 또한 어느 정도 그런 여론에 동의하지만 전문군인이 아니더라도 군대를 훌륭하게 지휘하여 승리로 이끈 전례가 있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호치민이나 마오쩌뚱은 전문군인출신이 아니었지만 전쟁에 승리하지 않았던가? 그들이 전문군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을 잘 지휘하여 전쟁에서 승리한 비결은 모두가 알다시피 병법공부에 있었다. 이런 이유로 군 지휘의 미숙이 발생하는 원인은 군에 갔다 왔느냐 갔다 오지 않았느냐의 문제보다 병법을 늘 공부하여 활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도리어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병법은 단순히 병력의 운용만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합하는 법, 외교전을 벌이는 법 등등 국가 통치에 관한 책이다. 남북이 대치한 현실에서 정치지도자들과 군 지휘관들의 병법서 연구는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돕기 위해 현 상황에 적합한 구절 몇 개를 「육도삼략(六韜三略)」<상략(上略)>에서 골라 열거해 볼까 한다.
국민과 뜻이 통하려면 “공이 있는 자에게 상과 녹을 주어 대중과 뜻이 통하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민을 납득시키고 군의 사기를 올리는 방법은 공이 있는 자에겐 상을 주고 잘못이 있는 자에겐 벌을 주는데 있음을 가르쳐 준다. 국민과 하나가 되는 방법에 대해 “대중과 더불어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고, 대중과 더불어 미워하는 것을 같이 하면 따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행하고 그 미워하는 바를 징치해야 국민과 한 몸 한 뜻으로 뭉쳐질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지지세력을 얻으려면 “유(柔)한 것은 덕이 되나, 강(剛)한 것은 적이 된다. 약한 자는 사람들이 돕지만 강한 자는 사람들이 공격한다.”고 하였다. 강성일변도로 도발을 일삼는 세력은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게 되니 이런 점을 외교에 활용할 수 있다. 국가적 대응전략으론“능히 부드럽게도 하고 능히 굳세게도 할 수 있으면 그 나라는 두루 빛날 것이요, 능히 약하게도 할 수 있고 능히 강하게도 할 수 있으면 그 나라는 두루 밝혀질 것이나, 오로지 부드럽게만 한다든지 오로지 약하게만 하면 그 나라는 반드시 국토가 깎일 것이요, 오로지 굳세게만 한다든지 오로지 강하게만 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는 말을 교훈 삼는다면 좋은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5도 등에 대한 방안으론 “험난한 곳을 얻으면 진 쳐야 한다.”는 대목을 교훈 삼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적에게 위협적인 곳엔 반드시 견고한 진을 설치하는 것이 유비무환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정보에 대한 것으론 “적이 움직이면 엿보아야 하고, 적이 접근하면 대비해야 한다.”는 구절을 새겨야 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맞게 대비해야 적의 도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대립구도에서 승리하려면 “순리를 들어 꺾고 세력에 의지해 깨뜨려야 한다.”는 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적이 우격다짐으로 나온다 하여 우리도 우격다짐이 되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잃는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대로 <상략(上略)> 몇 구절 속에도 무수한 교훈이 들어 있다. 지도자의 병법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김백호 단일문화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