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아기 딱한 사연 전해듣고 김경희 의원, 정발산주민들 동참

▲ 수혁이의 백일잔치는 온동네 사람들의 잔칫날이었다. 장소를 주선하고 백일떡, 선물, 성금을 모아준 이웃들과 함께.

“얼마 전 아빠가 암수술을 받으셨는데 전 그것도 몰랐어요. 엄마가 전화하셔서 ‘아빠 좀 살려달라’며 우시는 거에요. 아기 보내고 오면 안되겠냐고. 아빠가 딸이 없다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드신다고….”

수혁이 엄마 서미영(가명 35세)씨가 아기를 안고 운다. 듣던 이들의 눈시울도 젖어들었다. 기쁘기만 해야할 백일날 미영씨는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23일 민주당 일산동구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태어나 백일을 맞은 아기 수혁이의 백일잔치가 열린 것이다. 수혁이의 엄마 미영씨는 흔히 이야기 하는 ‘미혼모’로 부모 몰래 아이를 낳아 백일잔치를 열지 못하는 사연을 듣게 된 고양시의회 김경희 의원이 자리를 주선했다. 민주당 일산동구 유은혜 위원장이 백일떡과 장소를 제공했다. 조현숙 여성위원장은 수수팥떡을 맡았다. 마두동 원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평기 대표가 백일사진 촬영을 자청했다.

잔칫날에는 정발산동 주민 조정, 박기호, 박영길씨, 원당 김원씨 등이 축의금과 인형, 아기옷을 사들고 찾아왔다. 모두 미영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안타까운 사연에 흔쾌히 축하객이 되어주었다. 그뿐 아니다. 미영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함께 들으며 때론 부모의 입장에서, 때론 이웃사촌이 되어 조언과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미영씨는 부산에서 2남 1녀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외동딸이었다. 꽤 이름난 학원에서 골프 등을 강습하며 전문 직업도 갖고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연하의 남자. 그렇게 시작됐다. 아이가 생긴 사실을 고백하자 남자와 남자 집안에서는 “아이를 지우라”며 돈을 던졌다. 드라마 속의 상황이 그대로 미영씨에게 재연됐다. 자신의 부모에게도 임신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던 미영씨는 고양시에 사는 남동생에게 와서 몰래 아이를 낳았다. 보수적인 미영씨의 부모는 지금까지도 아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이를 입양시키고 오면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부모님 생각에는 결혼도 안하고 아이를 낳은 저를 친척들에게 뭐라고 말하겠나 싶으신 거죠. 충분히 이해가 가죠. 아이를 갖고, 낳은 이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혼모 사연에서 미영씨는 많이 벗어나 있다. 나이가 어리지도 않고, 소위 말하는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성도 아니다. 오히려 엄한 부모 곁에서 지내면서 뒤늦은 연애를 했을 뿐이다. 아이를 가졌으니 낳은 것이 당연하다 여겼기에 남자와 남자의 부모, 자신의 부모가 반대하는데도 몰래 아이를 낳고 백일을 맞은 것이다. 눈물을 닦으며 미영씨는 이제 수혁이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당분간 부산으로는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고양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전 그동안 사회, 정치에 대해 정말 무관심하게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알아보니 미혼모나 여성에 대해 너무 불리하게 되어있더군요. 양육비를 아빠에게 청구하려면 아이의 친권을 인정해야하고, 아이를 맡기고 취업을 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그러나 가장 힘든 건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다. 미영씨를 도와주고 있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최형숙 대외협력팀장은 “엄마가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사회가 도와주는 게 맞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혼모와 아이들이 생계문제와 함께 편견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1.7kg으로 태어난 수혁이는 잘먹고 잘 자는 효자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수혁이를 보며 미영씨는 마음을 다잡는다.

“아빠,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죠. 하지만 제가 수혁이와 함께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부모님도 수혁이를 인정하실 거라 생각해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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