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호의 세상만사>
辛卯(신묘)를 오행에 적용시키면 辛(신)은 음금(陰金)으로 주옥금(珠玉金)에 해당되어 그 색은 백색을 나타내고, 卯(묘)는 음목(陰木)으로 십이지에서 토끼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신묘년은 흰토끼의 해 또는 옥토끼의 해이다.
庚寅(경인)년이 양금(陽金)과 양목(陽木)의 결합이었던 것을 상기해 볼 때 금(金)과 목(木)의 결합이라는 근본적인 도식은 변하지 않았으나 오직 그 성질이 양에서 음으로 바뀐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구도가 같다는 것은 그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예시한다. 본래 금(金)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고 의(義)를 나타내며, 목(木)은 바람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인(仁)을 나타낸다. 두 성질이 조합될 경우 쇠가 나무를 이기므로 쇠 성질이 더 강하게 발휘 된다. 그래서 사회는 정의가 화두로 등장하고 냉랭한 환경 속에 숙살(肅殺)의 기운이 감돌게 된다.
신묘년에도 이런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그 성질이 양에서 음으로 바뀐 정도의 차이, 곧 흰 호랑이가 흰 토끼로 바뀐 정도의 차이는 있게 되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辛卯(신묘)를 주역에 대비하면 고괘(蠱卦)에 적용시킬 수 있다. 고(蠱)자는 나무그릇을 벌레들이 좀먹는 모양을 본 떠 만든 글자인데, 본뜻을 잃고 혼란에 빠진 상황이 마치 나무그릇이 좀 먹힌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괘의 이름으로 가져다 붙인 것이다. 그릇이 좀먹을 경우 반드시 좀먹은 그릇을 보수하자는 바람이 불므로 괘상이 산 밑에 바람이 이는 상을 하고 있다. 이 괘상엔 좀먹은 그릇을 보수하려면 공손하게 순리에 따라 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가르침도 아울러 들어 있다.
고괘에 비추어 각계각층의 신묘년 행동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일반국민 : 좀먹은 사회를 보수하되 자녀로서 아버지가 만든 나무그릇의 보수를 주관하는 것처럼 조심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자신의 보수로 인해 그릇을 만든 아버지의 뜻이 없어질까 늘 위태롭게 여겨야 아버지에게 허물을 짓지 않고 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 변혁주동층 : 좀먹은 사회를 보수하는 일을 전담하여 전권을 휘두르더라도 공손하고 순리에 맞게 해야 한다. 너무 곧고 굳음만 앞세우면 그릇을 만든 부모의 은혜를 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3. 재야지도층 : 좀먹은 사회를 보수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바르지 못하든지 적중시킬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의욕이 과하면 반드시 허물이 있게 된다. 공손하고 순리에 맞게 해야 허물이 없다.
4. 고위지도층 : 좀먹음을 막으려면 고위지도층이 능력과 강단을 겸비해야 한다. 만약 좀먹음을 막을 만한 능력도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고 유순함으로만 대처하면 좀먹음이 깊어져 부끄러움을 당하게 된다.
5. 위정자 및 CEO : 중정함을 유지하고 양강(陽剛)중정(中正)한 현자(賢者)를 발탁하여 의뢰하여야 칭찬을 받게 된다.
6. 사회원로 및 종교지도자 : 혼란한 때에 보필해줄만한 사람이 있으면 보필하여 세상의 혼란을 잠재우는데 일조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면 고상(高尙)하게 사는 것이 도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