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살처분 현장…구산동 1만여마리 돼지 묻어

 

 

 

 

 

 

 

 

 

1월 11일, 고양시에 구제역이 상륙한지 21일이 지난 이날까지 83개의 농가에서 살처분이 이뤄졌다. 이는 고양시 전체 우제류 사육농가의 1/4을 넘는 수치이다.

자식과 같은 소와 돼지를 기르던 구산동 양돈단지 농장주들은 5일 한파가 내리치는 추운 겨울, 살처분을 위해 끌려가는 돼지들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다. 확산 방지를 위해 농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어떤 이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울음소리만을 귀에 담고, 가슴에는 상처를 새겼다.

구제역으로 인한 고통은 농가뿐만이 아니었다. 고양시 공무원들 역시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어 평생 한번 볼 수 있을까하는 죽음의 현장을 두 눈과 귀로 목격하고 들어야만 했다.

오전 10시가 되면 방역복 안에 한번 입고 태워야하는 옷들을 입고 커다란 봉지 안에 갈아입을 옷을 챙겨 버스를 타고 살처분 현장으로 향한다. 살처분 현장에 투입 가능한 1700여 명의 공무원 가운데 하루 160여 명이 이러한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짧으면 4일, 길면 6일에 하루 꼴로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 중에는 벌써 네 번째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는 이도 있다.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는 공무원들

한 공무원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며 “집에서 식사하던 중에도 떨쳐내지를 못하지만 가족들이 걱정할까 내색도 못한다”고 말했다.

구산동의 돼지 살처분 현장에 함께했던 일산동구청 정경섭씨는 이후 그날의 상황에 대해 “돼지도 사람도 못할 짓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곳을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한 정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에 걸쳐 매몰작업에 투입된 이후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정 씨는 “10여 년 전부터 구제역 근무를 나갔었고 작년에도 김포에 확산되지 않도록 일산대교에서 봉쇄하는 정도였지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매몰반원들은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쉴 수 있는 여유도, 장소도 없다. 겨울 눈밭 위에서 식어버린 도시락으로 점심, 저녁 두 끼를 해결하고 있다. 그나마 아비규환 현장에서 밥은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정 씨는 “남자라고 해도 젊은이들은 충격을 많이 받는다. 나이드신 분들도 충격은 덜하더라도 잔상이 남게 되는 게 사실”이라며 “얼른 잊으려고 하지만 살처분 현장에 다녀온지 일주일이 지나도 머리 속에 선하다”라고 말한다. 또한 “아직까지는 소나 돼지 고기는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회식이든 식사든 고기류는 자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상근무 체재에 들어가있는 구제역 종합대책 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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