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극장 ‘기적’ 운영하는 강미순 대표

풍동 은행마을 1단지 후문 맞은편 지하에는 ‘기적’이라는 이름의 소극장이 있다. 강미순 대표가 운영하는 이곳은 극단 ‘작은 세상’이 연극을 위한 연습 장소이다. 놀라운 일은 이곳이 자폐증,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연습하는 장소라는 점이다. 이곳에는 홍태섭, 박혜원, 권은미, 신희승 등 4명의 장애를 가진 중고등학생과 고양시자원봉사센터의 봉사자들이 함께 연극 놀이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원고 연극반 ‘제1막’ 회원, 고양실버인력뱅크의 어르신들도 이곳에서 연습하고 공연한다. 청소년과 어르신, 장애인와 비장애인이 소극장 기적이라는 공간에서 모두 연극을 통해 만나는 셈이다.

▲ 강미순 대표
강미순 대표가 소극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세원고 연극반 ‘제1막’에서 활동한 딸 때문이었다. “연극반 ‘제1막’의 후원회 대표직을 맡게 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연극놀이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실천은 쉽지 않았습니다”

강 대표는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연출가, 연기강사 등을 수소문 끝에 데려오고 연기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풍동에 마련했다. 그는 연기를 지도하는 김미영씨, 최은화씨, 그리고 고양무용협회 소속으로 안무를 맡은 이용덕씨, 김혜란씨, 연출을 맡은 정재은씨를 소극장 기적으로 불러들였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전 강 대표는 연극의 주제와 줄거리를 만든 후 연출가, 연기강사와 함께 회의를 거쳐 보충하고 수정하여 작품을 완성해낸다.   

“제작년까지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작년부터는 고양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가 됐습니다.  장애인들을 돕고 함께 연기놀이를 하게될 봉사자들도 참가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또 작년 4월부터 실버인력뱅크의 어르신 스물 한 분이 저희 극장에서 매주 수요일, 목요일 마술쇼를 해왔습니다”

기적에서 지금까지 연습했던 작품은 창작품인데 모두 ‘서로 친구가 되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장애아들이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안타깝게 여기던 강미순 대표는 일단 멍석을 깔아주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많은 노력 끝에 성과도 낳았다. 2009년 ‘탁틴 내일’ 주최 ‘청소년 연극축제 한마당’ 경연에서 단체 우수상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청, 장년 장애인 동아리 공모전’에서 공모한 11개팀 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상을 탔다는 단순한 의미보다 장애아들이 연극을 통해 타인과 교감해가면서 장애 치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에 더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연극놀이가 장애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만들어주고,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대사를 하고 박수와 관심을 받으니까 움츠렸던 마음이 펴지는 것입니다” 

기적에서 활동하는 장애아들은 말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비교적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강대표는 이곳의 장애아들에게 ‘받기만 하지말고 너희들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 만큼 재능을 쌓아라’고 주문한다. 이곳 장애아들이 연극 경연대회에 나가면 항상 상을 타는 것이 아니다.

▲ 소극장 ‘기적’에서 장애아들이 연기놀이를 하는 모습.

“한번은 군포에서 있었던 연극대회에서 무대에서 5분도 설 수 없을 것 같은 아이들이 30분 동안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해내더군요. 그런데 상을 타지 못 했어요. 그 이유가 심사위원들이 무대에 선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줄 몰랐다는 겁니다” 강 대표는 그 때의 감동을 상기하며 웃으며 말했다. 
  
군포에서 있었던 그 연극대회는 비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연극대회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상은 최우수상이 아니라 장애아들이 무대에 섰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심사위원들의 무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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