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영상매체의 중요성과 정보의 신속성이 부각된 현대 사회에서 십 년이면 나라가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과학 기술이 개발되어 있고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 색상이 바뀌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의 삶의 근원이 되는 농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땅을 갈고 씨를 뿌려 추수할 날을 기다리던 고전적인 농업은 지나가고, 온도를 조절하고 물의 양을 맞추어 내는 비닐하우스 농작법을 많이 선호하고 있다. 실내 농작에 의해 봄에만 나던 딸기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고, 옛날과는 달리 겨울에도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풍족히 먹을 수 있다. 그저 자연의 순리에 따라 곡식을 얻었던 과거와는 무척 다르다. 과학을 도입한 농법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바꿔놓았다.
우선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해 병해충 방제기술을 개발한 데에 의의가 있다. 생물 농약을 개발하여 흰개미 성충 방제용 농약을 개발하였고, 자연의 먹이사슬을 이용하여 무당벌레로 진딧물을 방제하는 농법도 도입되었다. 또한 시설원예 에너지 절감기술 개발로 농가의 에너지 부담을 덜었다. 파주시는 친환경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를 도입하여 경영비의 40%를 차지하던 난방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온풍기에 이중 덕트를 부착하여 난방비를 9% 절감하고 풋고추의 수량을 17% 증수한 것도 파주시가 실천한 시설원예 에너지 절감기술의 좋은 예이다.
미래의 농업은 토지, 자본, 노동의 개념이 없어진다고 한다. 토지와 노동이 없어도 식물 공장이라는 신식 농법으로 맞춤형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식물 공장이란, 자연에 관계없이 빛, 온도, 양분 등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조절하여 키우는 방식으로,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에 병충해를 줄일 수 있어 농약의 사용량이 자연히 줄어든다. 식물 공장은 남극 세종기지에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식품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자연적인 유기농법으로 건강한 농산물을 키워내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식물 공장의 농산물과 유기농산물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유전공학에 의한 농법도 발전하여 인간의 몸에 맞는 안전한 농산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품종을 개량할 수 있다.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감각적으로 발전하는 사회에 농업 또한 발전하고 있다. 어느 누가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척박하고 혹독한 땅에 식물 공장을 세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농촌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인 만큼, 달라질 미래를 위해 그들이 서 있는 곳에서 더욱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삶의 가장 밑바탕이 되어주는 장소인 만큼 오히려 발전이 없으면 안 되는 장소이기 때문인 것이다.
박동석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분석개발과 농업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