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행정제도의 보완을 위하여

IMF신탁기간 이후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가장 퇴보했었다는 정치부문에서의 변화는 피부로 느낄만하다. 또다시 정권의 부패와 위기, 새로운 후보선출방식의 도입, 그 여파로 인한 보수야당의 갈등과 이탈, 앞으로 각 당 후보의 결정과 신당의 출범여부 등에 정치권의 향배가 결정되겠지만, 아무튼 이제는 민의가 직접 전달되는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집단들만의 잔치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국민도 함께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3-40년 동안 보스정치에 길들여진 정치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즉 최고집권자의 의사결정에 좌우되는 조직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비단 정치 뿐 아니라 기업, 친목회, 어느 집단도 보스중심이다. 이래서 조폭을 다룬 영화가 인기를 얻고 향수에 빠져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유럽사회를 돌아보면 다른 방식이 오히려 일반적이고 우리의 사고가 비상식적인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유럽의 정치형태는 의회중심주의여서 어느 개인의 역량보다는 당의 성향에 지지를 하는 것일 뿐 아니라, 누가 당선이 되는 것보다는 어느 당이 전보다 몇 %를 더 득표했는가가 선거승패의 기준이고 집권여부는 결과에 불과하다. 연립정부를 구성해기 위해 연정파트너를 정하고 정책조율을 거쳐 역할분담을 조정한 후 정부조직을 구성한다.

또 독일의 녹색당은 의원이 전후반기를 각각 다른 사람이 맡아 하기도 했고, 스위스에서는 주정부 수상이 연방수상을 돌아가면서 맡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선거에서는 더욱 지역적이어서 당이 아닌 소위 지역선거인단을 구성하여 지역선거에 나가 20 -40%를 득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조직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조직도 위원회식의 조직체계로 운영되고 모든 결정은 회의체에서 공동으로 결정하여 집행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의 조직은 거의 공동의장, 공동대표형식을 가지고 있고 운영위원회, 집행위원회 등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대표는 대외적인 대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기초단체제도 보완의 필요성

지금까지 수 차례에 걸친 기초단체의 민선시장경험을 통하여 볼 때,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왔다. 관선시장체제일 때는 중앙의 명령에 의하여 정책수행이 이루어져 중앙행정방침이 적합한지가 문제이었고, 당시에는 집권세력의 문제가 바로 지방의 문제여서 모든 문제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었다.

민선시장시대가 되면서 권한이 민선시장에게 위임되었기 때문에 시장의 정책방향이 시정책의 기본이 되었다. 자문위원회나 심의위원회제도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전문가그룹이 시의 정책에 관여하기는 어렵다. 잘못된 정책이 집행될 때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소환제나 시민발의 등)도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독선은 막을 수가 없다.

시의회가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다면 얼마든지 시행정부에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시의원선거제도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제도수정운동을 펼 수도 있으나 국회를 움직인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 한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전문성도 부분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집단체제로 시를 운영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고양시의 경우를 볼 때, 2기때는 2-3명, 3기때는 4-5명이 시민세력에서 진출하여 의회활동을 하였으나 전체 시의회를 이끌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거의 전 아파트지역에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후보군이 형성되어 있어 이번에는 상당한 후보가 시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언론에서 다룰 정도의 많은 정책적 이슈가 있었고, 그 중에는 전체 한국사회문제로까지 성장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고양시에 어느 시보다도 활동적인 시민단체가 수 십년 동안 많은 역할을 해왔다. 이런 활동이 환경운동연합이 고양시에 녹색후보를 내세울 생각까지 할 수 있었던 저력이다.

시민과 함께 하는 시장 - 공동시장

이러한 고양시의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형식이던지 공동으로 이번 지역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의원후보를 하나의 틀로 묶어내어 시민세력 전체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이 당선되기 위해서라도 시의회뿐만 아니라 시행정도 담당할 시장후보를 내세워 (가능하다면 도의회에 고양시를 대표할 도의원도) 그 힘을 시민들이 느끼게 하여야 선거에서 성과를 얻고 선거 이후에도 시민자치세력을 만들어 갈 준비가 되는 것이다.

시민세력은 그 방법이나 전략에서 단일한 시장후보의 역량을 과시하는 형식으로는 우리의 의도나 대외적인 인식에서 유권자들에게 차별화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도 아니다. 이러한 연유로 제안하게 된 것이 공동시장후보제이다. 즉 시장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맡아 시정업무를 본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추후(아래) 기술할 것이다.

이 방안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와 행정, 의회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시도에서부터 나온 것인데 선거정책적으로도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1. 행정제도의 보완:
공동시장제는 단독시장의 독단을 막고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전문성을 보완하고 투명한 행정과 공동합의에 의한 정책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아직은 시장이 시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제동을 걸거나 파행적으로 의회활동이 이루어질 경우 대처할 여력이 커지고 전문성을 갖고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부처 내에서도 행정관료들의 고정된 시각을 교정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절차나 정책을 펼 수 있게 제도개선을 하는 등 한사람으로서는 벅차던 것을 다수의 공동시장이 시민의 공동대변자로서 힘을 갖고 추진할 수 있다.

2. 의회와 선거정치제도의 보완:
우리나라의 지방선거제도는 개인의 역할이 주도되는 활동이다. 당의 추천을 통하여 선거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의회활동이 모여 시의회가 운영된다. 당조직적으로는 공식적으로 인정도 안될 뿐더러 현재의 기성정당이 정책정당의 모습이 없기 때문에 시의원간의 친분관계와 성향만 남는다.

따라서 시민세력의 공동집단으로서 활동하면 개별적인 의원으로서보다 정책집단으로서 활동하게 되고 개별활동은 자제하게 된다. 개인적인 청탁 등 개인적인 비리가 근절될 수 있다. 시행정을 펴는 시장에게 당의 힘은 거의 작용하지 않으며, 다만 인맥관계 등의 정관유착관계만이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만이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공동시장은 그 자체가 단체의 힘으로써 외부의 압력에 대항력을 가지며 시민의원들과 정책협력 또는 역할분담자로서 활동할 수 있어 정책을 만들고 의회의 심의로 더욱 세밀하고 건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3. 정책제도의 보완:
서양의 공무원제도아래에서는 관료는 정책고안자로서 전문인력이 상당한 자체 결재권한과 책임을 갖고 장기적으로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순환보직제로서 담당업무가 수시로 바뀌어 전문적인 정책구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있지 않고 그런 능력을 배양할 전문지식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하여 자체적인 정책개발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시의회의원도 마찬가지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드물고 자기 선거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성향이 있다. 시의회에서 정책개발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있지도 않을뿐더러 또한 활동비보장이 안되어 의원이 생업을 꾸려가야 하는 부담 등으로 시의회활동에 전념하기도 힘들다.

시장단의 정책구상을 구체화하기위해서는 시장 산하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개발기관을 두어 자체개발여력을 기른다. 이와 병행하여 시민자치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시민전문가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시민전문가로 구성된 각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체에서 정책제안을 할 수도 있고 개발원의 제안을 검토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다시 거른 후 행정기관의 행정절차를 거쳐 의회에 제출함으로서 하나의 정책시스템이 완성된다. 물론 시민감시단이라든가, 지구단위(동별)별 문화나 환경, 또는 봉사조직을 구성하거나 기존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다.

4. 선거전략으로서의 장점:
시민후보를 낸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얼마나 호응해주고 인지할 수 있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출발이다. 시민후보로서 시장이나 시의원으로 당선되기에는 언론의 보도가 중요한데, 시의원후보집단으로는 이슈로서는 약하다. 시장도 함께 조직이 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공동시장후보로서의 모습이 만들어지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다른 정치집단이라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의심하는 시민도 있겠지만 대체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에 회의적인 유권자들은 장래에 정치분위기도 바뀌고 사회인식을 우리가(!) 바꾸어놓았을 때 우리를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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