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요즘 한국의 민주주의의 현재 상황과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보다는 미래의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내실화되기 보다는 퇴보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민주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다음 세대’에 대한 준비와 투자이다. 즉, 청소년들에 대한 시민, 정치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미래 한국 민주정치를 이끌어갈 주역은 우리네 청소년들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사회의 시스템은 민주주의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도 않다가 나이가되면 갑자기 투표에 참여하고 의사를 표하라는 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민주정치를 접하게 되면 옳고 그름의 판단도 어려울 뿐더러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고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일찍이 인지한 몇몇 서구 국가들은 그들이 어렵게 쟁취한 제도를 이어나가기 위해 청소년들에 대한 정치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름은 ‘민주정치교육’, ‘시민교육’ 등으로 다양하지만 그 내용은 민주주의 원리와 제도,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참여에 관한 것들로 동일하다.

영국의 경우에는 이전부터 NGO들이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제도적으로는 2002년부터 국가교육과정에 시민교육을 포함시키면서 민주적 의사소통방식과 사회참여 등에 대해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41개주에서 법적으로 시민교육을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으며, 헌법과 헌법정신과 시민적인 소양과 책임의식에 대해서 청소년들의 지식을 테스트하는 ‘We the People : The Citizen and the Constitution’라는 경시대회 등도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Kids Voting’이라는 단체 주도하에 실제 선거일에 실제 후보자에 대해서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를 해보는 민주주의 학습도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각 주별로 청소년들이 직접, 보통 선거로 직접 대표자를 선출하여 ‘청소년의회(Jugendparlament)’를 구성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 헌법에 청소년의 이해와 관련된 계획을 정할 때는 적절한 방법으로 청소년들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청소년 의회 또는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의 수가 지역별로 280여개에 이른다. 단순한 교육을 뛰어넘어 스스로 의사를 표하면서 민주정치의 원리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교육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민주주의의 원리와 제도를 배울 수 있는 ‘정치’과목도 수능 선택과목 중 하나로 매년 12만명 정도만 응시할 뿐이다. 정치교육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각 정당에서 유명 국회의원을 강사로 초청해 강연이나 캠프를 개최하는 등 1회성의 행사가 대부분이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가르칠 내용이 정리되어있는 기본 교재조차 없는 상황이다.

진정으로 우리네 민주주의를 위하는 길은 이제라도 ‘청소년정치교육’,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기반을 마련해나가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관심 있는 NGO가 우선적으로 움직여 그 기반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동시에 우리 교육과정에도 위와 같은 교육프로그램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많은 사례를 수집하고 자료 연구를 통해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과 무엇보다도 ‘기본교재’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우리 민주주의 희망의 씨앗을 심어야 하며 그 토양은 우리네 청소년들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들이 준비하도록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제도 마련해야 한다,

/최영준 청정넷 교육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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