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철씨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를 기록하다

“고양의 한 폐광이었던 금정굴은 오랫동안 언급해서는 안되는 금기였으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강제적으로 지워져야했다. 그러나 덮인 흙더미 밑으로 결코 잊혀질 수 없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처참한 실상이 생생히 살아있었다.”

그랬다. 1995년 9월 유족들이 모금을 통해 직접 현장을 발굴하기 전까지 금정굴은 지역에서 금기시됐다.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뼛조각 하나라도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그곳에서 153명이상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유품들이 발견됐다. 발굴된 유골들은 당시 온 산을 뒤덮었고, 안전상의 이유로 더 이상의 발굴을 진행할 수 없었던 유족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신기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전 조사관이 정리한 금정굴 사건으로 본 민간인 학살 ‘진실 국가범죄를 말하다’는 고양이 안고 있는 가슴아픈 역사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실지 않고 담담하게 적고 있다. 진실위에서 금정굴 사건을 직접 담당한 조사팀장으로서 희생자, 유족들의 피해, 가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 촘촘히 자료로 만들었다. 사건의 전후 상황, 국가의 참회와 화해 등 남은 과제까지 금정굴에 대한 ‘모든 것’이 책안에 담겨있다.

“대부분 서울지검에서 공개한 사건 당시의 조사 기록을 근거로 했다. 자료를 통해 경찰과 검찰, 국가가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실제 사건의 배후임을 알 수 있었다.”

신기철씨는 저서를 통해 가해자가 바로 국가,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신씨는 “전쟁을 계기로 정치적 반대세력을 모두 제거됐다. 이것이 이승만 정부가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민간인 집단학살 역시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실제 신씨의 조사결과 금정굴 사건은 알려진 것처럼 ‘민간 우익단체들에 의한 좌익들에 대한 보복사건’이 아니다. ‘진실~’은 “고양지역에서 저질러진 부역혐의자 학살사건의 직접적인 가해 주체는 고양경찰서 소속 경찰관과 이들의 지휘를 받았던 의용경찰대 등이었다”고 확인해주고 있다.  

▲ 저자인 신기철 전 진실화해위 조사위원.
신기철씨는 이번 책을 시작으로 관련 출판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전쟁 이후 집권 세력의 필요에 의해 민간인 학살은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났다. 오히려 금정굴 사건은 유골이 발굴되면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경우”라며 “김포, 양평, 가평 등 전국에서 아직도 소문과 추측으로만 떠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금정굴은 작은 지역의 사례가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라는 역사의 줄기를 찾는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신씨의 포부다. 신기철씨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양시민회 사무국장을 거쳐 의문사진상규명위, 진실화해위원회 등에 참여해 조사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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