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세중의 문화단상
김치는 금(金)치다. 금보다 더 귀한 것으로 다이아몬드나 또는 옥(玉)이 있다지만 아직도 금은 최고의 가치를 갖는 화려함의 극치요, 시간이 흘러가도 녹슬지 않는 영원한 보물 같은 존재다.
오늘날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힘도 그 나라의 금의 보유량이 얼마만큼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래서 금은 최고의 가치를 가린다는 것이 모든 영광스런 시상식에서 일등을 금메달로 수여하고 있음에서도 증명된다.
그런 금을 우리의 성씨 대부분이 이름위에 앉히고 김씨(金氏) 가문의 우월함을 뽐내고 있으나 다행인지 몰라도 금(金)을 쓰면서 금이라 부르지 않고 김이라 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李)씨 왕조가 목(木)에 연유되어 금극목(金克木)하면 이씨 조선(李氏朝鮮)에서는 이씨(李氏)들이 다칠 수 있기에 금(金)자를 김자로 바꾸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여하간 김치는 우리 한민족 먹을거리에 빼놓을 수 없는 피같은 존재다.
따져보자. 김치가 최고의 먹을거리라고 하면 임금 및 양반 상에만 올라가야 되는데 최상의 지위에서부터 최하의 백성들의 밥상에까지 한시도 빠지지 않으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 음식은 본연의 생존 이유가 있다. 첫째로 꼽히는 이유는 농경 민족이며 채식 민족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8%의 양반 계급을 제외하고 가난한 대다수 인민들은 육고기를 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안 된다는 점, 셋째로 외세 침략으로 쉽게 오래 정착할 수 없어 사계절의 세풍에도 시달리지 않는 발효된 음식을 먹어야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치는 이 민족의 생명을 유지시켜주었던 유일한 먹을거리였다는 점이다.
들판에 깔려 있는 푸른 푸성귀들을 언제 어디서나 쉽고, 자유롭게 거두어 최고의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성숙시켜 먹는 일이 가난한 인민들에게는 제일 첫번째였다. 어디서나 재배되는 고추와 마늘과 생강만 있으면 김치를 만들 수 있으며 발효시켜 잘 보관하면 몇 년씩 묵히어도 썩지 않고 그 독특한 맛을 오래 보존하며 먹을 수 있다.
또한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배추가 주재료이면 배추김치, 무로 만들면 무김치, 갓으로 만들면 갓 김치, 파로 만들면 파김치, 고추로 만들면 고추김치, 고들빼기로 만들면 고들빼기김치, 미나리로 만들면 미나리 김치가 있다. 곧바로 먹을 수 도 있고 며칠 잘 익혀 발효시키면 더욱 맛깔스런 김치로 둔갑을 한다. 온통 푸른 들판에 쉴 새 없이 흔하게 솟아나오는 푸성귀들은 호주머니 속에 일전 한 푼 없어도 소금 간을 하고 절여서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로 버무리면 훌륭한 김치가 되어 그 맛이 저절로 우러난다.
우리 생명을 구원하고 이어 주었던 그야말로 위대한 금같은 김치다. 김치에는 자연의 다섯 가지 속성의 배합을 총합하고, 발효를 통해 절대 무변의 완전 기능품으로 창조되어진 철학이 있다.
첫째 짙푸른 배추는 목성(木性)이며, 두 번째로 붉은 고추는ㄱ 화성(火性)이며, 마늘과 흰 무가 금성(金性)으로 세 번째이며, 검은 갓이나 짠 젓갈류의 수성(水性)이 네 번째이며, 다섯 번째는 그 네 가지를 잘 배합하여 조화 시키며 맛과 향기를 내는 생강 또는 다소의 설탕의 토성(土性)이 그것이다.
일월(日月)을 뺀 화 수 목 금 토(火水木金土) 오행(五行)의 절대 자연의 상징이 양적(陽的)으로 융합되고 음적(陰的)으로 발효가 되면 그 맛의 비결은 맵고 짜고 새콤달콤하며 사각사각한 시원한 맛으로 자연의 짙은 향이 배어 있는 김치가 된다. 이중에서 가장 건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역할 또한 생기(生氣)가 가득한 것은 단연 고추 가루를 말하는데 강렬한 열기를 담은 햇볕의 기운이 매운 미각(辛味)으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금단도(金丹道. 신선 사상)의 약으로도 표상되고 있다. 고추의 붉은 색이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며 인체의 심장을 활기차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고추의 심성을 마늘이라는 자극이 견제되어 팽팽하게 화극금(火克金)의 맛의 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음식(陰食)이라는 자체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김치는 머리로 들어가는 양식(陽食)이 아닐까.
우리 조상님들이 후손들에게 남겨준 위대한 밥상의 김치, 그 김치에는 위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무세중 / 전위예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