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상성(경기도의원, 국민참여당)
요즘 고양시 대로변에는 제2차국가철도망고시에 킨텍스-수서 구간이 확정되었음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요란하다. 계획대로 GTX 노선이 건설되면 분명 고양시에는 일정 부분 혜택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계획이 현실화하기 위해 넘어야할 길은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성이다. 현재 경기도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개통 후 다음 해에 일일 평균 76만여 명의 승객이 있을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런데 76만여 명의 승객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는 해에 계획된 열차 운행 편수는 일일 310편이다. 열차 한 편은 객차 6량으로 구성된다. 고속열차의 특성상 이 열차는 좌석 중심이어야 한다. 현재 지하철이나 전철처럼 입석을 위주로 운행할 경우 안전 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비록 좁은 좌석일망정 좌석제여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 편당 동시 최대 탑승 정원은 600여 명을 넘을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각 열차는 편성 당 평균 약 2500명 정도를 수송해야 하고 이는 매 역에서 약 400여 명이 내리고 타야 가능한 숫자이다. 즉, 열차는 출발역에서부터 승객이 만원이어야 하며, 매 역마다 전체 승객의 3분의 2가 내리고 또 그만큼 타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만약 출퇴근시간에는 평균보다 두 배 정도 승객이 많다고 가정하면 매 역에서 전체 정원의 1.5배가 내리고 타야 한다는 코미디 같은 결과가 나온다. 매 역에서 600명이 전부 내리고 다시 900명이 승차한 후, 이 중 300명은 기본요금만 내고 다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경기도의 계획을 토대로 하루 중 승객 변동 추이를 고려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계산해볼 때 일일 최대 승객 수는 20~27만여 명에 불과하다. 즉, 경기도의 안을 그대로 수용해도 현재 추산하고 있는 승객의 3분의 1정도만 수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운행수입 역시 3분의 1로 줄어들 테고 따라서 운행경비의 3분의 2는 어떤 형태로든지 세금으로 충당되어야함을 뜻한다.
운행 경비를 계산해보자. GTX와 매우 유사한 KTX의 경부선 서울-부산의 경우 1km당 요금이 131원 정도이다. 이 정도 요금을 부과한다면 킨텍스-수서 노선의 경우 6050원 정도가 나온다. 그런데 GTX는 1km당 역의 개수가 KTX보다 훨씬 많다. 선로도 KTX보다 직선화가 덜하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이나 정비비용은 KTX보다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장거리인 KTX에 비해 GTX는 단거리이므로 기초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가 안 되게 높다. 그런데 많이 양보해서 KTX 수준이면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가정해보자. 킨텍스-수서 간, 송도-청량리 간, 의정부-금정 구간이 최소한 약 6000 원 정도의 요금(현재 계획된 요금제에 의하면 이 구간은 약 3200~3300원 정도)이 책정되어야 한다. 이 요금을 내고 출퇴근할 직장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승객 수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요금은 다시 올라가야 한다. 결국 현재 1800원(10km) + km당 40원이라는 요금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전제로 한 요금제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차량의 문제, 안전성의 문제, 지역 간 형평성의 문제(이 문제는 이미 노선 연장 요구로 표출되고 있다), 기존 철도 시스템과의 통합문제, 사업자금 조달의 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앞에 놓여있다. 과연 국가가 이런 무모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바로 그 표본이다. GTX 사업 역시 경기도민의 꿈만 부풀려놓고 백지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필자는 GTX 사업에 대한 대안을 제안한 바가 있다. GTX 사업은 최대한 경제성을 살리면서 편리한 철도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기존의 지하철 망과 국철 망을 완전히 통합하고,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혜택을 줄 수 있으며, 교통 소외지역의 투자를 확대하여 경기도 전체가 고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하구간은 60여km만 신설하고 추가로 230여 km의 지상구간을 신설하여 기존의 국철과 지하철을 합하여 총 연장 680여km에 160여 개의 역을 통합하는 안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