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인 면에선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일 뿐이다. 그러나 인지능력에 앞서 문명(文明)을 밝혀 발전시키며 살기에 만물의 영장이란 말을 듣는다. 만물의 영장을 요즘 말로 바꾸면 지혜로운 지도자이다.
지도자란 이끌어 주어야 될 대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자리이다. 또한 좋은 지도자란 지도자 스스로를 위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대상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지도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인간들은 만물에 대해 좋은 지도자는 못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엄밀히 말해 지혜로움을 상실한 채 스스로만을 위하는 사리사욕에 눈먼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문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방사능의 두려움이 지구촌을 뒤덮는 현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원자력의 값싼 전력생산을 주장하고, 방사능 유출을 지진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돌리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 그 증거이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냉철한 눈으로 볼 때 지혜로운 인간의 모습보다 이득에 눈먼 우매한 인간의 모습이 훨씬 더 크게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인지.
지혜롭다는 것은 무슨 일이나 시작과 끝을 함께 헤아려 일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어떤 일을 벌이기 전에 그 일로 인해 얻어질 결과까지 헤아린 다음에 그 일을 실행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밝혀지고 있는 사실은 원전의 폐연료봉을 안전하게 폐기시킬 방법이 애초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논리에 의해 원자로를 건설하여 사용해 왔다. 어떠한 구실을 내세우더라도 눈앞의 이득만 헤아리고 그 뒤에 벌어질 재앙에 대해선 헤아리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매함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그 모든 책임이 도쿄전력 사장의 잘못인양 몰아가는 시중의 시각이다.
폐연료봉의 안전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원자력 기술을 팔아먹은 사람들과 경제 논리를 앞세워 대책 없이 그 자리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큰데도 말이다. 더 반성해야 될 것은 원자력을 활용해 온지 벌써 오래건만 그 세월동안 원자력 사용으로 야기될 수 있는 여러 불안한 문제에 대해 해소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순간순간의 이로움만 추구하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우매함이다.
최소한 인간이 만든 문명이 재앙 덩어리로 바뀌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은 막아야 된다. 이런 관점에서 문명에 대한 올바른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대체적으로 요즘사람들이 생각하는 문명(文明)의 뜻은 ‘인간의 지혜로 자연을 정복하여 쓴다’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급기야 인간의 욕심과 결합하면서 문명을 돈 버는 수단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재앙을 낳는 문명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본래 우리 동양사상으로서의 문명(文明)은 인간이 지혜를 밝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곧 명(明)은 인간의 지혜를 밝힌다는 뜻이고 문(文)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뜻이다.
돈을 앞세우는 문명은 필연적으로 재앙 덩어리의 문명을 낳는다. 인간이 창출한 문명이 인간을 해치는 지경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가 나아가야 될 방향은 돈을 버는 문명이 아니라 인간을 이롭게 만드는 문명이다. 문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김백호 단일문화원장
